[백정우의 줌인아웃] 과학을 무시한 정치의 비극
[백정우의 줌인아웃] 과학을 무시한 정치의 비극
  • 백정우
  • 승인 2021.03.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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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우의줌인아웃
 

마스크를 비롯해 의료장비가 턱 없이 부족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물자조달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연방재난관리청 안에 설치하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총책임자는 트럼프의 사위 제러드 쿠시너. 태스크포스는 물자조달 업무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인턴으로 구성되었다. 쿠시너는 경험 있는 공무원 대신 대학 룸메이트와 이방카의 옛 조수를 기용했고, VIP업데이트라 불리는 사적목록 작성에만 치중했다. 2020년 알렉스 기브니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토탈리 언더 컨트롤’의 한 장면이다.

‘토탈리 언더 컨트롤’은 팬데믹 시대를 맞은 초강대국 미국의 방역실패에 관한 예리하고 적나라한 보고서이다. 카메라는 최초 확진이래 20만 명 이상 사망했고 초기 3개월 동안 3천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거대한 재앙의 원인을 찾아 나선다. 미국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배경, 즉 지도자가 위기를 인식하지 못한 이유를 증언하는 매서운 회초리를 들고서.

2020년 2월 트럼프 행정부는 3M사 등이 재고로 보유한 N95 마스크를 중국에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물자조달서비스를 시행한다. 그러나 코로나로 마스크 부족에 시달리자 중국으로부터 10배 넘는 가격으로 되 사오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방정부는 코로나 치료제로 알려진 ‘램데시비르’ 1인 치료비를 3,000달러 이상 청구할 수 있도록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허가한다(램데시비르의 특허권은 연방정부가 가지고 있으며 이 치료제의 원가는 10달러 미만이다.) 기준과 원칙 없는 즉흥 행정. 시스템 부재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영화는 그럼에도 공공보건이 실패한 건 아니라고 말한다. 즉 진실은, 정치지도자들이 공공보건 지침을 따르는데 실패함으로써 피할 수도 있는 질병과 죽음과 경제 환란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2020년 1월 20일 시애틀과 서울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고, 한국이 철저하고 차분하게 코로나에 대처한 데 반해 트럼프 행정부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과학자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정치인들이 과학자를 믿어야 한다는 것. 이 다큐멘터리의 핵심 테마다.

미국 내 첫 사망자가 나온 날 트럼프는 국민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Totally Under Control(완전히 우리 통제 하에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종반에 등장하는 자막 ‘이 영화의 편집이 끝날 때 즈음 트럼프가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다.’

일부 비관적인 과학자들은 진짜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쩌면 더 많은 팬데믹과 또 다른 생존위협에 맞서야 할지 모른다. 감독은 인간이 만든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미래를 준비할 능력이 있는지는 가까운 과거에서 우리가 얼마나 배우느냐에 달렸다고 말한다. 단순 고발을 넘어선 다큐멘터리 ‘토탈리 언더 컨트롤’이 지닌 미덕이 여기에 있다.

현재의 깨달음이 앞으로 우리의 행동과 선택의 상당부분을 결정할 것이다. 발사 안 될 미사일과 전혀 사용할 일 없는 무기에 매년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붓는 국방만큼 심각하게 다루어야 할 분야가 공공보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내!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온다면 우리는 정말 잘못된 것을 고칠 준비가 되어있을까? 정치가 과학의 경고를 존중할 수 있을까.

백정우ㆍ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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