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도 기사도 불만 ‘법인택시 전액관리제’
회사도 기사도 불만 ‘법인택시 전액관리제’
  • 조재천
  • 승인 2023.02.1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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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3년 ‘무늬만’비판 높아
사측 “사납금제보다 세금 늘고
기본급 올라 퇴직금 부담 가중”
기사 “과거보다 소득 줄었다”
합의 내세워 변종 사납금 성행
관리·감독기관 적발은 ‘제로’
법인 택시 회사에 ‘전액 관리제(월급제)’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택시 회사들은 ‘노사 합의’라는 명목 하에 무늬만 전액 관리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는지 관리·감독해야 할 지자체는 이들의 불법 행위를 적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0년 1월부터 법인 택시 회사에 전액 관리제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택시기사가 회사로부터 택시를 배정받는 대가로 매일 십수만 원의 사납금을 내던 기존 방식과 달리 근무 당일 운송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매월 고정급을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전액 관리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 지역 법인 택시 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 회사와 노조 간 합의를 내세워 ‘변종 사납금제’로 운영되는 곳이 수두룩하다. 전액 관리제에선 택시 회사가 기사들에게 하루 내야 할 금액을 정하는 것은 불법인데 잘 지키지 않는다”면서 “어떤 회사는 전체 택시 중 일부를 무급제, 즉 택시 리스제처럼 불법 운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법인 택시 회사와 기사들은 전액 관리제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법인 택시 회사 254곳과 택시기사 2만 3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액 관리제 시행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택시 회사의 91%와 택시기사의 65%는 전액 관리제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택시 회사의 경우 이전 제도에선 기사들의 사납금만 매출로 잡혔지만 전액 관리제에선 운송 수입금 전액이 매출로 잡혀 세금이 늘었고, 기사들의 기본급이 오르면서 퇴직금 지급 부담도 커졌다는 입장이다. 택시기사들은 사납금제 당시 초과 수익에 대한 메리트가 사라져 실질 소득 감소는 물론 근로 의욕도 저하된다고 말한다.

법인 소속 한 택시기사는 “변종 사납금제에서 같은 시간을 일하고 같은 운송 수입금(500만 원 기준)을 벌어도 사납금제 당시보다 월 소득이 60만 원 정도 줄었다”라며 “차라리 전액 관리제를 도입하지 않고 사납금제를 유지하는 게 더 나앗을지도 모르겠다. 전액이나 변종이나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그만큼의 대가가 돌아가는 시스템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불법인 변종 사납금제가 성행하면서 택시 회사와 기사 간 소송전도 잇따르고 있다. 택시기사가 회사의 불법 경영을 문제 삼으면 회사는 노사 간 합의한 사실이 있다며 맞서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지난해 하반기 대구 지역 80여 개 법인 택시 회사 중 전액 관리제 위반으로 적발된 곳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 택시 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 회사에서 장부를 꾸며 놓으면 시와 구·군에서 정기 점검을 해도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불법이 성행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전액 관리제에 있다. 노사는 현행 택시 정책에서 법인 택시가 생존할 수 없다는 데 공감했고, 이것이 불법 행위에 대한 합의 수순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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