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교육정책의 큰 그림을 보면서
[대구논단] 교육정책의 큰 그림을 보면서
  • 승인 2023.04.0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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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교육부가 교육정책 개발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대학 지원 예산집행권을 시·도에 넘겨주는 일, 일반대와 전문대·사이버대의 장벽을 허무는 일 등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교육부는 정책 혼미로 자주 입방아에 오르는 일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와 교육부가 시도하는 새로운 교육정책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주호 장관은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 직후 “정부가 규제개혁·재정개혁·구조개혁을 균형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 대학에서 2·3년제 전문학사와 4년제 일반학사 과정 등을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월드클래스 대학’으로 운영하면서 일반대·전문대·사이버대의 장벽을 허물겠다는 것이다. 현재도 한 개의 학교법인이 이 같은 형태로 대학 운영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설립체인 법인과 대학의 연관성은 매우 밀접한 관계다. 대학의 총장직을 마치면 법인의 이사장을 맡는 것이 거의 통례처럼 되어 있다.

교육부가 구상하는 월드클래스 대학과 무엇이 다른지 얼른 이해가 안 간다. 한 대학에서 전문대·일반대 등을 설치하고 학생들의 취향에 맞게 대학을 선택하는 자율성은 확보할 수 있겠지만 대학의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상책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이 계획은 일종의 대학 클러스트를 연상할 수 있고 정책이 실현된다 해도 서울에 있는 저명대학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학생들은 서울로 몰릴 것이며 상대적으로 지방대학은 더더욱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반도체 시너지 효과를 위해 기존공장이 있는 지방에 첨단라인을 구축하는 장기적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대기업의 이 같은 계획에 지방대학이 반도체 인력양성을 폭넓게 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재 전국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 상당수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앞으로 그들 대학이 디지털 관련 전공 정원마저 늘린다면 지방대학은 문을 닫아야 한다. 정부가 반도체 대학 특성화, 관련 연구소 지원 사업을 계획할 때 지역균형발전을 고려하는 일에 크게 유념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구·경북을 비롯한 7개 시·도에 시범적으로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예산 집행 권한을 넘겨주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RISE, 라이즈)를 마련했다.

시·도는 흩어져 있던 대학 관련 업무를 재정비해 라이즈 추진과 지역대학 지원 업무를 기획·총괄하는 대학 지원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지역 주도의 대학지원사업을 관리하고 선정·평가 등을 전담하는 ‘라이즈센터’를 운영해 나간다고 한다. 지역발전 전략과 연계하는 지역대학 지원 5개년 라이즈계획(2025∼2029)을 상반기 중 수립하여 교육부와 협약을 맺는다고 한다.

이 계획은 지역과 대학이 동반 성장하기 위한 정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세부적인 내용은 모르겠으나 라이즈 계획에 전문대학도 포함되는지 언급이 없다. 교육부가 일반대·전문대·사이버대의 벽을 허물겠다는 정책을 내어놓은 마당에 마땅히 전문대도 라이즈 계획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대학 지원체계를 효율화 하기 위한 라이즈 계획은 나름 의미는 있지만 대학교육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전문적인 식견이 매우 필요하다. 교육행정을 일반행정 처럼 다룬다면 교육개혁이라 할 수 없다.

결코 라이즈 계획을 지방분권과 같은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될 것이다. 라이즈 정책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와 그 지역 대학들 간의 윈윈으로 지역발전과 대학교육의 효율성을 높이자는데 있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재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행여 지방자치단체가 갑의 위치에 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가 종전까지 직접 전국대학의 재정지원을 다각도로 관장해 왔지만 발전적 실효성이 없었으므로 그 권한을 지방에 넘겨주는 것이 지역발전과 지방분권 정신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이해 할 수도 있지만 대학교육행정은 교육부가 맡고 재정지원은 지방에 넘겨준다는 것이 행정의 효율화를 위해 도움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방과 지방대학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정치적인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는 생각도 금할 수 없다. 지방의 일반 대학과 전문대학 모두가 어려운 처지에 있다. 정책 당국은 어느 잣대로 대학에 재정지원을 해야 할지 많은 고심을 해야 할 것이다. 모든 정책의 핵심은 민주성과 효율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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