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치유의 인문학]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 승인 2023.06.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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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1998년 서울에서 경산으로 이사를 왔다. 25년 시간의 흐름 속에 경산의 강산이 두 번 반이나 바뀌었다. 외딴 산이었던 곳에 3차선 도로가 생겼고 사람 한명 살지 않는 곳에 멋진 카페가 생겨 지역의 명소가 된 곳도 여러 곳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곳이 바뀌고 변화될지 생각할수록 흥미롭다.

수많은 시간 속에서 그래도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일 것이다. 25년의 시간 속에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들을 참 고루 만났다. 그 인연들 속에 시절 인연도 있었고 지금까지 이어지는 향기 나는 인연들도 많다. 25년 동안 이어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뭘까? 심리를 전공하는 학자의 궁금증이기도하고 문득 궁금해지는 점점에서 떠오르는 화두 같은 질문이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2019년 정우성과 김향기의 조합만으로도 화재가 된 영화 <증인>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소녀 지우(김향기)가 극중 변호사 양순호(정우성)에게 던진 질문이다. 어쩌면 필자가 앞서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이 바로 이 명대사 속에 들어있는 건 아닐까? 지우가 던진 2019년 영화 속 명대사 겸 질문은 오랫동안 나의 화두가 되었다. 25년의 인연 속에는 '좋은 사람'이라는 질문 같은 해답이 실타래처럼 얽혀져 있었다.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향기가 날까?
좋은 집과 높은 직위를 가지고 많은 돈을 가진, 흔히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일까? 내 마음의 경험과 신뢰도와 타당도등 10가지 질문 항목을 기준으로 뽑아 보니 그런 분들은 안타깝게도 모두 빠져 있었다. 의외였다. 기준에 맞는 30명을 뽑아 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서 또 10분으로 압축했다. 마지막으로 최종 두 명으로 선정하니 공교롭게도 한분은 아주 평범한 일반시민 그리고 또 한분은 공무원이다.

이 두 분을 선정해놓고 지난 25년의 만남을 앨범처럼 펼쳐 보았다. 그리고 나의 기분과 감정을 말과 행동을 중심으로 풀어내니 정말 하나의 걸림도 없었다.
편안하고 안정된 감정이 그분들의 공통된 특징이었다. 결국 좋은 사람이란 돈이 많거나 권력이 세거나 직위가 높은 사람들이 아니라 그 사람을 만났을 때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을 받는 사람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너무나 평범한 사실이지만 이런 사람을 만나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사실에 필자 스스로도 놀랐다.

시민 A씨는 경산에서 액자 표구사를 하는 사장님이다. 필자의 직업상 25년째 사장님과 고객으로 만나는 사이다. 그분의 사업장은 동네 주민 분들의 사랑방이다. 언제 들러도 주민 몇 분이 그곳에 계시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는 의미다.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그냥 보내는 법이 없다. 목이 마른 사람에게는 물과 음료를 주고 배고픈 사람들에게는 뚝딱 미니 밥상까지 내어온다. 식사 준비가 부족하면 라면이라도 즉석에서 끓여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음이 지쳐 고단한 사람들에게는 편안한 위로와 공감을 보내준다. 평생을 표구에 바친 분이 무슨 상담기술이 있겠는가? 하지만 진심어린 공감과 함께 아파하는 눈물은 그 어떤 전문가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

혹자는 비즈니스로 그리 할 것이라 예단하겠지만 25년간 지켜본 필자의 감은 다르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그분의 모습에서 중용 25장의 깊은 진리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라 최선을 다하면 감동을 받고, 감동을 받은 사람은 변화 한다'. 고전에서 내려오는 전설의 명언은 수천 년 조상의 지혜가 아닌가? 25년간 사람을 감동시키는 작은 능력은 결코 쉬운 능력이 아니다. 사람의 향기는 그렇게 감동을 타고 왔다.

그리고 공무원 B씨는 필자가 알고 있는 유일한 공무원이다. 25년 전 대구한의대학교로 찾아와 도움을 청했던 인연이 있었다. 경산 자인에서 해마다 열리는 자인단오제 환경 미화를 위해 벽화를 그려달라는 부탁 때문이었다. 적은 예산으로 아무리 궁리를 해보아도 방법이 없자 당시 미술 학과장이었던 필자를 찾아 온 것이다. 그때 작은 예산으로 발을 동동 굴리며 도움을 청하던 그의 모습이 필자와의 첫 인연이었다. 그 후로도 우연히 만났지만 볼 때마다 그는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천성이 부지런한 분이거니 생각했다. 나중에 알았다. 그것이 나라의 예산을 아끼려고 본인이 직접 재료를 사다가 공원을 가꾸고 꾸미고 다녔다는 사실을…

그날도 우연히 볼일 때문에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을 들렀다. 공원 입구에서 소나무 전지하는 팀들을 보았는데 그 분들 가운데 땀을 흘리며 일하시고 계시는 분이 공무원 B씨였다. 소나무 전지는 워낙 전문작업이라서 대부분 외주를 준다. 그런데 B씨는 나라의 예산을 아끼기 위해 전지 작업을 배워 직접 작업을 하고 계셨다. 이것도 나중에 주변인들의 말씀으로 알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어진 전국 지자체에 유일하게 여름이면 박물관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몇 해 되지 않는 공원이 이렇게 나무와 꽃으로 단장될 수 있었던 것은 B씨처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좋아서 그렇게 한다는 하회탈 같은 미소를 지닌 사람들의 고단함과 노고 덕분일 것이다. B씨의 사람 향기도 역시 감동이었다.

편안하고 안정된 감정의 사람향기!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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