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EU-베트남 FTA가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EU-베트남 FTA가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 승인 2023.07.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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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금년 8월 1일부로 EU-베트남 FTA가 발효된 지 만 3년이 됐다. 지금까지 베트남은 56개 국과 17개의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하여 글로벌 FTA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고 있다. 그 중 EU-베트남 FTA는 베트남이 ASEAN 회원국 중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거대경제권인 EU(유럽연합)와 체결한 양자간 FTA이며, 이로 인해 베트남은 FTA 허브 국가로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EU-베트남 FTA에서 EU 측은 FTA 발효 후 7년 동안 對베트남 수입액 기준 99.7%에 달하는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며, 유관세 품목의 70.3%는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됐다. 한편, 베트남 측은 10년 동안 對EU 수입품 99.8%(수입액기준)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며, 유관세 품목의 65.4%는 FTA 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기업들은 EU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강화하게 되고, EU기업들도 베트남시장에 대한 시장 접근성을 개선하게 된다.

그동안 베트남은 EU시장에 신발, 의류, 가죽가방 등과 같은 노동집약재와 외국투자기업들이 생산한 기계 및 전기전자제품 등을 주로 수출했다. 이 중에 FTA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받는 품목은 신발과 의류다. 이 두 품목의 경우 작게는 1.5%부터 최대 12~17%나 되는 관세가 철폐되며, 베트남 전체 FTA 수혜품목의 58.3%를 차지한다. 그러나 對EU 수출의 51.2%를 차지하는 기계 및 전기전자제품은 이미 대부분 WTO 최혜국대우원칙(MFN)에 따라 무관세여서 FTA로 인한 추가 관세 혜택은 미미하다.

그동안 EU는 신발, 의류 등 노동집약재를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했다. 2019년 기준 EU의 對중국 신발류, 비편물제의류, 편물제의류의 수입 비중은 각각 42.6%, 32.2%, 28.7%인 반면, 이들 품목의 對베트남 수입 비중은 각각 21.4%, 5.4%, 3.0%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직 중국은 EU와 아무런 FTA를 체결하지 못한 반면, FTA 발효로 특혜관세 혜택을 누리게 된 베트남기업들은 EU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중국기업들에 대한 가격경쟁력이 크게 증대됐다. 이에 따라 관련 품목의 對베트남 수입이 기존의 對중국 수입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EU의 對베트남 주요 수출품은 전기전자제품, 기계, 자동차, 철강, 플라스틱 등이며, 경합도가 높아 EU-베트남 FTA 발효로 베트남 시장에서 양측의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나 EU시장에 신발, 의류, 휴대폰 등 노동집약재를 주로 수출하는 베트남과 자동차, 자동차부품, 축전지, 반도체, 선박 등의 자본·기술집약재를 주로 수출하는 한국은 EU시장에서 경합도가 매우 낮아 EU-베트남 FTA가 한국의 대EU 수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미 베트남에 진출해 있거나 신규 투자를 고려하는 많은 한국기업들은 베트남 현지에서 EU로 수출할 경우 EU-베트남 FTA의 특혜관세 혜택을 누리게 됐다. 2019년 기준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 중 587개가 EU-베트남 FTA의 가장 큰 수혜업종인 섬유, 신발, 가방 관련 기업이어서 이들 기업의 對EU 수출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EU-베트남 FTA에서는 ‘한-EU FTA 원산지기준’을 충족하는 ‘한국산 직물’을 수입해서 베트남에서 재단·봉제한 ‘의류’를 EU로 수출할 경우, 한국산 직물을 베트남산 ‘원산지 물품’으로 인정하는 ‘교차누적’ 조항을 적용하고 있어 특혜관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에 의해 베트남산 의류의 對EU 수출이 증가하면 한국산 직물, 원사 및 다른 원부자재에 대한 베트남 내 수요가 증가하여 관련 기업의 對베트남 수출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에도 잘 구축된 베트남의 글로벌 FTA 네트워크는 글로벌공급망(GVC) 상에서 베트남의 역할을 증대시켜 베트남으로 더 많은 생산기지 이전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베트남의 역할과 위상을 고려한 무역, 투자 확대 및 공급망 재편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최근 베트남 정부가 그동안 ‘국내 기업간 거래’를 내수가 아닌 ‘수출입’으로 인정해 수출품을 생산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주던 ‘내국 수출입제도’를 폐지하려고 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해당 기업은 물론, 정부와 관련 통상기관들이 적극 대응하여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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