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화 작가 개인전…롯데백 창원점 10일까지
고금화 작가 개인전…롯데백 창원점 10일까지
  • 황인옥
  • 승인 2023.08.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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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바느질이 현대미술과 만나 예술로~
한·독 국제 교류전 후 리뷰전도
조각보 작품 獨 꼬마 감동 끌어내
예술 향유 세대 나눌 필요 없어
전통 미학 추구 형식은 자유 만끽
해체와 재구성 근간 무한한 확장
색동비단 등 다양한 변주 40여점
고금화 작
고금화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원 갤러리 전시장에서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독일 마부르크 스타탈렌도르프 시청 갤러리에 걸린 고금화 작가의 조각보를 변주한 작품 앞에 7살짜리 독일 어린 아이가 서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중인 것은 알겠는데, 한 시간째 작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어 작가가 다가가 이유를 물었더니, 의외로 간단한 답이 되돌아왔다. “작품에 감동을 받아서”였다. 문화가 전혀 다른, 그것도 아직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타국 어린이의 대답이라고 하기엔 어른스러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어린아이의 순수함은 예술이 추구하는 가치와 꼭 닮아있다. 예술이야말로 순수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순수한 독일 어린이가 고 작가의 작품에서 감동을 받은 것은 순수미라는 가치와 연결되어 있다. 고 작가가 “독일에서 만난 그 어린이의 아버지를 통해 한국에 돌아와서도 메일로 소통하고 있다”며 “그날 만난 것은 어린이가 아닌 최고의 친구였다”고 언급했다.

고금화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원 갤러리 전시장 전경. 고금화 제공
고금화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원 갤러리 전시장 전경. 고금화 제공

 

고금화는 지난달 스타탈렌도르프에서 열린 ‘2023 한·독 국제교류’전에 참여했다. 국내 작가 5명, 독일 작가 8명의 작품을 스타탈렌도르프 시청과 박물관 등에서 2차례 진행했다.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한·독 국제교류현대미술전은 한국과 독일 출신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상호 교류하는 전시로, 서로 다른 문화 배경을 가진 작가들이 타국의 예술, 문화, 미학에 관해 통찰하고 공유하기 위해 진행해 왔다. 고 작가는 이번 교류전에서 참여 작가들 중 유일하게 섬유와 바느질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품을 소개했다. 지난달 18일부터 30일까지 복합문화공간 박물관이야기에서 독일 전시 리뷰전을 가질 만큼 그에게 독일에서의 전시는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해외에선 한국적인 가치들이 더 주목받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자신들과 다른 문화적인 차이에서 호기심이 발동하기 때문이다. 고 작가의 작품에 독일의 어린 아이가 특별하게 관심을 보냈던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였을 것이다. “예술을 향유하는데 어린아이와 어른을 나눌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번에 경험했어요. 누구든 자신의 감수성에 맞게 예술을 감상하게 마련이죠.”

고금화 예술의 출발은 조각보. 조각난 삼베를 바느질로 이어 붙여 조각보를 제작한 후, 연꽃이나 민화의 모란 꽃 등의 한국적인 이미지를 드로잉 한다. 골무, 한국색채 미학의 정수인 색동, 전통 복주머니 등을 콜라주가 면을 장식하기도 한다. 그가 추구하는 예술적인 방향성은 전통조각보의 미학을 지키되, 형식에서 전통을 넘어서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재료와 기법들을 활용하며 형식에서의 무한한 자유를 만끽한다. 물감 대신 색동 비단을 가는 직선이나 세모 형태의 콜라주를 만들어 붙이거나, 색의 바느질 실로 물감을 대체한다. “지금의 시대는 전통과 현대, 장르와 장르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어요. 무엇이든 미술이 될 수 있는 시대이며, 저는 전통 보자기에서 예술적인 단초를 찾았어요.”

고금화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원 갤러리 전시장 전경. 고금화 제공
고금화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원 갤러리 전시장 전경. 고금화 제공

 

최근에는 조각보의 틀마저 벗어버리고 거침없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1~2년 전부터는 염색된 색색의 긴 천들을 바느질해 미술의 기본요소인 회화의 기본적인 조형요소인 ‘점·선·면’을 구축하거나 청바지 재료인 데님과 전통 색동을 바느질을 매개로 컬래버레이션 한 반입체 작품 등을 새롭게 추가하기도 했다. 해체와 재구성을 근간으로 하는 조각보의 무한한 확장이었다.

“전통조각보나 보자기에는 현대적인 미니멀함이 스며있어요. 전통이지만 현대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는 것이 그가 전통보자기에 매료된 이유다.

2023 한·독 국제교류전에 대한 고 작가의 리뷰전을 놓쳤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롯데백화점 창원점에서 고금화 개인전 ‘아리랑 그 넘어’전이 열리고 있어서다. 전시에는 색동비단이나 인견을 바느질로 다양하게 변주한 작품 40여점을 걸었다. “섬유와 바느질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다는 기본 뼈대는 있지만 작품은 그야말로 다양하게 진행됩니다. 이번 전시에는 전통 바느질이 어디까지 진화하며 현대미술과 조우하는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창원 전시는 10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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