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현, 구성연작 차별화 시도
이승희, 사회 속 개인 경험 조명
첫 번째 전시를 진행하는 류은미 작가는 ‘한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행동에는 그 사람이 쓰는 언어체계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피어워프의 가설에 영감을 받아 목소리를 작업의 소재로 활용해 사람들의 감정을 연구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같은 단어를 말하더라도 사람마다 말의 형태가 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것은 미세한 감정들이 소리에 영향을 주게 되어 또 다른 높낮이로 나타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그러면서 남녀노소, 가족부터 일면식도 없는 지인의 지인까지. 다의적일 수 있는 단어나 문구를 정해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따라 원고지와 같은 배경 위에 소리를 드로잉 하기도 하고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변화하는 렌티큘러기법을 이용해 조형작업 등을 시도 하는 등 하며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자신의 제2의 감정을 소리매체를 통해 실험하고 있다.
그리고 김승현 작가는 작업이 작동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행위에 맞춰, 점, 선, 면을 시각적으로 배치하는 행위를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개념적 구성은 시각적 구성을 하기 위한 ‘악보’ 역할을 하는데, 동일한 악보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곡의 표현과 길이와 달라지듯, 같은 개념적 구성이라도 다양한 표현으로 실현된 결과는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련의 작업으로 작가는 지시문을 작성한 다음, 다시 이를 해석하고 수행하여 결과를 만드는데, 지시하는 사람과 수행하는 사람이 동일한 사람이면서 타인이라 여기며 작품을 수행한다. 따라서 Composition-series(구성연작)은 개념을 호출할 수 있는 방법이자, 낯선 생각을 만나기 위한 또 다른 수행방법으로 여겨진다.
또 이승희 작가는 개인이 경험하는 것들이 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관찰해 관객과 경험할 수 있는 지점을 설치 작품으로 만들어 낸다. 개인의 일상적 경험은 단일적인 인과관계가 아닌 사회 시스템의 다양한 체계 하에 개인의 경험으로 이어지게 되는 그 파생적인 과정에 특히 주목한다. 이러한 질문을 개념 아래 작가는 설치로 치환할 수 있는 형상이나 구조물들의 형태를 직접적으로 가지고 와 개념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가변적인 설치물’로 전환시킨다.
이러한 작업으로 작가는 4년간 도시텃밭을 가꾸면서 겪었던 경험들을 작품에서 풀어내는데, 자연친화적이고 순환적인 ‘농(農)’ 을 인간의 삶에 비추어 바라보며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농(農)’을 통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해한다.
황인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