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짜뉴스
[데스크칼럼] 가짜뉴스
  • 승인 2023.10.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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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정경부장
“고양이가 60일 된 유아를 살해했다.” 지난해 말 몽골에 이런 제목을 단 기사가 넘쳐났다. 8살 형이 길에서 고양이 새끼를 찾아 집으로 데려왔다. 밤에 가족이 자는 사이에 길 고양이가 60일 된 유아의 코끝 연골, 중간 연골을 갉아 먹어 살해했다는 내용이다. 기사에 대해 고양이를 향한 혐오를 보이며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한 사람과 뉴스 내용을 의심하며 고양이가 그럴 수 없다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대부분의 몽골 사람들은 첫 번째 의견에 동의했다. 몽골은 옛날부터 늑대, 여우 등의 습격으로부터 가축을 지키기 위해 개를 키우며 살았다. 몽골에는 ‘고양이는 주인이 죽었으면 하는 생각에 아침마다 주인을 챙겨 본다.’, ‘길에서 검은 고양이를 만나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미신이 있고, 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도 많다. 이후 당국이 고양이를 검사해본 결과 이 사건 원인이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사이트 방문을 늘리기위해 허위 뉴스를 퍼 날랐고 고양이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많은 이들이 속았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 할때 어린이를 참수했다는 뉴스도 결국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이미 전세계에 하마스에 대한 반감이 커진 뒤다. 윤석열대통령은 지난 4일 재향군인회 창설 제71주년 기념식·전국 읍·면·동회장 총력안보 결의대회 현장 축사에서 “가짜뉴스·허위 조작 선동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가짜뉴스 척결에 나섰다. 국립외교원 설립 60주년 기념식에서는 “아직도 이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反)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일 협력 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가짜뉴스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당시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관련 심의 기구가 온라인 매체까지 포함해 가짜뉴스를 가려내도록 할 모양이다. 가짜뉴스를 만든 언론사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가짜뉴스’를 만든 언론인이 언론사를 옮기지 못하도록 ‘갈아타기 방지’ 규제까지 도입한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 입장도 만만찮다. 언론 학자들은 다른 곳도 아닌 행정에서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외국의 사례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유럽의 규제 현황을 조사하고 작성한 출장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규제기관 관계자는 “뉴스의 진실성에 대한 판단은 저널리즘의 영역이며 국가가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독일 규제기관 관계자 역시 “국가가 미디어의 내용을 직접 통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해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는 것이 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현상이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인지 편향 중 하나로 코넬 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가 제안한 이론이다. 쉽게 말해 자신의 지적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그걸 모른다는 것, 책을 전혀 안 읽은 사람보다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위험하다는 말이다. 더닝 크루거 효과에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어느 한 가지에 꽂힌다고 한다. 내가 비과학적이면 과학적으로 보이는 한 사람에 꽂힌다. 그러면 나도 과학적이라고 생각한다.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정준희 교수는 한 인터넷 방송에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차별주의에 민감한데 자신의 무의식 속에 누군가를 차별하려는 의심이 있으니까 누군가가 나를 차별하려고 하는 걸 알아보는 눈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깡패처럼 권력을 쓰는 사람은 상대도 권력이 주어지면 깡패처럼 권력을 쓸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먼저 깡패처럼 칼을 쓰는 것이다. 이런 권력을 ‘오버킬(overkill)이라고 표현 하는데 ‘왜 과도하게 권력을 쓰지?’라고 할 때 그 이유는 ‘내가 만약에 권력이 없고 쟤들이 권력을 쥐었으면 쟤들은 나를 저렇게 했을 거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짜 뉴스를 자꾸 얘기하는 건 스스로가 가짜 뉴스를 만들기 때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 유튜버 몇 명을 잡아 넣는다고 가짜뉴스가 없어질 것인가. 사회에 번지는 불안을 먼저 해소하고 어떻게 진실을 찾을 것인지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 언론,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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