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균형잡기
[달구벌아침] 균형잡기
  • 승인 2023.12.0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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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복현중 교사
어느 날 학년 부장님께서 나에게 “선생님은 리액션이 정말 좋다”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내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바깥에선 늘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언제든 상대에게 반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밖에서 에너지를 쓰고 나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진다. 가족들을 만나는 저녁쯤엔 무채색이 아니라 무색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가 많다. 아이들이 종일 있었던 이야기를 재잘거려도 형식적으로 반응할 뿐, 부장님이 말씀하신 ‘좋은 리액션’은 찾아볼 수 없다.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가장 잘해야 하는데, 뭔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독 아이들을 대할 때 에너지가 많이 든다고 느끼는 이유를 생각해 봤다. 그 원인은 ‘직장에서의 에너지 소진=충전의 시간이 필요함’과 같은 공식이기도 하지만, 그보단 ‘아이들은 무조건적으로 내가 케어해 줘야 할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에 있었다. 반면에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감정의 해소를 느끼고 ‘에너지가 충전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마음 치유 전문가 신기율의 <은둔의 즐거움>에서, 저자는 직장에서의 감정을 집으로 가져가지 않기 위해 차에서 이완의 시간을 보낸다고 말한다. 자동차 엔진을 끄듯 과열된 머리를 끈다고 상상하며 ‘이곳에 모든 걸 내려놓는다’, ‘잘 맡겨 놓는다’라는 마음으로 10분 정도 머무른다. 그 과정이 생략되면 직장에서의 감정선이나 업무에 대한 부담감 등이 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책에서는 홀로 공부하며 사유하는 ‘은둔의 시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예전에 이 부분을 읽으며 내 은둔의 시간은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 새벽 시간이란걸 깨닫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등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충전했지만, 복직 이후론 은둔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개그맨 정동철은 아이들이 어릴 때 이번 주말엔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다음 주말엔 엄마아빠가 가고 싶은 곳에 가기로 규칙을 정했다고 한다. 아이들처럼 부모도 ‘욕망’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비슷한 눈높이로 보여주고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시켜준 것이다.

아이들에게 “누가 더 맛있는 급식을 먹고 오는지” 대결(?)을 하자고 제안했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늘려가면 서로에게 좋게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나 주차 후에는 짧게는 5분이라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이완의 시간을 가진다. 학교에서의 감정이나 경험이 집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많은 부분에 균형잡기가 필요하다. 직장과 가정의 균형, ‘나’로서의 삶과 ‘엄마’로서의 삶의 균형, 뇌 화학물질 간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어느 하나가 과하게 높으면 균형이 깨지기 쉽다. 내가 원하는 것은 늘 줄다리기처럼 아슬아슬한 균형이 아니라 안정감 있는 균형이지만, 나는 언제나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엄마니깐. 엄마는 ‘하루 3시간씩 10년이면 전문가’라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자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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