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현장 적발 아니면 판정 어려워…모방 범죄 우려도
음주운전, 현장 적발 아니면 판정 어려워…모방 범죄 우려도
  • 류예지
  • 승인 2023.12.0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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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범일 경우 경찰 체포 가능
음주 미확인 시 도망 유리 인식
시민 “친구들 사이 음주 단속 전
무조건 도주 하란 얘기 돌아”
“측정 거부도 만취로 간주해야”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도 현장에서 적발되지 않으면 음주 판정을 하기 힘들다는 법리적 허점을 악용한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음주 측정 불응 혹은 도주만으로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6일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북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 15대를 들이받은 뒤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자 A씨는 사건 발생 닷새 만에 경찰서에 출석해 1차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서 A씨는 “감기 기운 탓”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A씨의 이동 경로 등 행적을 조사해 음주 여부를 판별할 방침이다.

도로교통법 제44조에 따르면 경찰공무원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등, 노면전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운전자가 술에 취했는지를 호흡 조사로 측정할 수 있다. 경찰관이 음주운전 의심이 있다고 판단할 시 운전자는 음주측정에 응해야 한다.

문제는 음주 후 운전을 마치고 귀가한 운전자의 경우 음주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의심 신고만으로는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되지 않아 집에 들어가는 등 강제 음주 측정을 할 수 없다. 현장에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탓에 운전자가 측정을 거부할 시엔 사실상 음주 측정은 불가능해진다.

만약 의심 신고만으로 음주 측정을 강행할 시 절차 자체가 불법으로 간주해 증거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 때문에 법정에서도 음주 운전에 대한 무효 판결이 빈번하다. 음주 운전 의심 운전자를 체포할 방법은 경찰이 따라가는 상황이거나 현행범일 경우 등에만 해당한다.

이 경우 경찰은 행적수사나 ‘위드마크’ 기법 등을 통해 수사를 진행한다. CCTV로 동선을 확인 후 가게에서 음주 장면과 매출 기록을, 그 후 운전 여부를 확인한다. 위드마크 기법은 마신 술의 종류와 양, 운전자의 체격 등을 고려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적하는 기법이다. 다만 이 두 방법 모두 CCTV가 확보되지 않으면 음주운전을 판단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점을 악용한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음주 사실이 밝혀지지 않을 시 음주측정 불응죄와 음주운전 모두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도망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도 파다하다.

한 시민 B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음주운전 단속되기 전 무조건 도망치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음주운전 의심자가 도주할 시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시민은 “음주운전 측정을 거부하는 행위를 만취 운전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예지기자 ry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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