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석의 통상이야기] 美 IRA ‘외국우려기업’ 세부 규정 발표에 따른 영향과 대응 방안
[손수석의 통상이야기] 美 IRA ‘외국우려기업’ 세부 규정 발표에 따른 영향과 대응 방안
  • 승인 2023.12.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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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석 경일대학교 국제통상학전공 교수
지난 12월 1일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외국우려기업’(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에 관한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금년 3월 31일에 발표된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전기차 배터리 요건 등’에 관한 ‘잠정 지침’에 이은 후속 조치다. 즉 미국 정부는 3월에 발표된 ‘잠정 지침’에 따라 4월 18일부터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에 북미산 부품을 50% 이상 사용하면 3천750달러의 세액공제를 해 주고, 배터리에 사용된 핵심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하면 추가로 3천750달러의 세액공제를 해서 전기차 1대당 최대 7천500달러의 세액공제를 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 ‘잠정 지침’에 의하면, 2024년 1월 1일부터 운행되는 차량 중 해당 차량의 배터리에 포함된 부품 중 하나라도 ‘외국우려기업’에 의해 생산된 경우와 2025년 1월 1일부터 운행되는 차량 중 해당 차량의 배터리에 포함된 핵심광물이 ‘외국우려기업’에 의해 추출·가공되거나 재활용된 경우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12월 1일 발표된 ‘세부 규정’은 바로 이 ‘외국우려기업’에 관한 것이다.

이번 발표에 의하면, 일단 ‘우려국가’에는 중국, 러시아, 북한 및 이란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미국 에너지부는 이들 ‘우려 국가’ 정부에 의해 소유되거나 통제를 받거나 해당 정부의 관할·지시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경우 ‘외국우려기업’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등지에 소재하거나 중국에서 법인 등록을 한 기업에서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핵심광물을 조달받으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 중국에서 배터리 부품·소재·핵심광물을 채굴·가공·제조·조립만 해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중국 밖에서 설립된 중국과 외국 기업의 합작회사에 대해선 중국 기업의 지분율이 25% 이상이면 ‘외국우려기업’으로 간주된다. 특정 기업의 이사회 의석이나 의결권 또는 지분의 25% 이상이 중국 등 우려 국가 정부에 의해 통제되면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과 합작사업을 하는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미 반도체법의 기준과 같다. 미 정부의 보조금이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또한,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지분 투자를 하지 않고 기술 라이센싱만 제공해 IRA 세액공제를 받는 경우도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에 기술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미국 합작 배터리공장을 추진해 IRA 규정을 피해 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국내 배터리업체가 생산한 제품은 미국 IRA의 광물 및 부품 요건을 모두 충족해 보조금을 받아왔으나 배터리 핵심 소재에 대한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면 내년부터 미국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특히 이번 ‘외국우려기업’ 세부규정 발표로 배터리 가격의 40~5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기업들의 사업 전략에 큰 차질이 생겼다. 그래서 최근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가 필요한 한국업체들과 미국 수출 우회로를 찾으려는 중국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한·중 합작회사 설립 움직임이 활발하다.

예컨대, LG화학은 중국 화유그룹과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모로코에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그리고 현재 코발트 생산 1위 기업인 중국 화유코발트와는 전북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경북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에코프로,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등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도 니켈 등 핵심 광물을 비롯해 양극재와 전구체 등 분야에서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협력하고 있는데 대부분 지분율을 ‘51 대 49’ 정도로 설정해 놓은 상태다.

이와 같이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 형태를 추진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미국의 IRA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지분율 조정 등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리고 이번 규정으로 중국 기업과 기술 라이센싱 계약을 하고도 ‘외국우려기업’ 적용을 받지 않으려면 중국과 계약하는 기업이 생산량과 생산기간을 직접 결정하고 생산 현장과 과정을 관찰하는 등 기업 운영의 고유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중국 기업 지분율 관련 ‘외국우려기업’ 세부 규정 발표로 다시 등장한 미국 IRA 공급망 리스크로 우리 기업들의 투자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K-배터리의 내실을 다져 국제경쟁력 향상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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