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목서는 은목서의 말을 하고
금목서는 금목서의 말을 한다
나무들의 웃음이거나 울음인 향기
수신인을 숨긴 편지가 되어
얼굴을 가리고 내게 온다
통역이 필요 없는 나무들의 나라
목서와 물푸레나무 곁에서
편지가 열쇠가 되어
국경을 넘어선다
잠들지 않는 개울을 건너
구름 달 별까지 향기를 날라
사람 마을 흉터들
말갛게 지워낸다
바람 흔들어대는 꽃잎의 힘
◇박정인=전남 장흥 출생‘, 전남대 국어교육학과 졸업, 2021년 작가 등단, 2023년, 웃음 캡슐 시집 발간.
<해설> 금목서와 은목서를 두고 은목서에 더 손이 가는 것은 흰 꽃이 주는 정갈 함은 아닐까.한때 은목서 나무와 꽃의 향기를 잘 알지 못하던 나는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시 공부하던 제자가 은목서를 시로 쓰고 당선되면서 은목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절망적 상황에서 은목서 향기에 생기발랄해진 여공들의 기분을 잘 묘사한 그 시를 통해 그렇구나! 나무의 모양과 꽃의 향기가 주는 어떤 가치로움을 생각한 적이 있다. 시의 제목이 이미 암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은목서는 은목서의 말을 하듯이 나도 나의 향기를 가질 때 내 시도, 한 국경을 넘으리라는 어떤 직관이 가슴에 다가와 서늘한 울림을 준다. ”나무들의 웃음이거나 울음인 향기/수신인을 숨긴 편지가 되어/얼굴을 가리고 내게 온다“ 시인의 은목서에 대한 사랑이 또한 지구라는 마을 사람들의 흉터를 말갛게 지우고 있음은 설화 속 계수나무의 또 다른 효험인 것이다. -박윤배(시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