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이 울던 풀벌레도 잠든 밤
홀로 창가에 앉아 별을 찾는다
언뜻 보이다 스쳐 가는 별 하나
작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처음처럼 처음같이 늘 피어있을 줄 알았던 그대
남기고 간 시린 바람이 볼에 흐른다
내 안에 나보다 더 깊숙이 자리한 그대
그리움의 무게가 말도 못 할 만큼
아파도 아무렇지 않은 척
밀어 올리는 상사화 꽃대
하늘만 바라보다 생겨난 그림자에 흠칫
놀란 나는 아무것도 줄 것이 없네
◇김형범=2010년 ‘사람과 문학’으로 등단. 대구문인협회.대구시인협회. 국제펜클럽문학회 회원. 시13 동인.
<해설> 사랑은 늘 소리 없이 다가왔다가 소리 없이 떠나지만 떠난 후 사랑이 다녀갔음에 더욱 아픔을 느낄 때가 있다. 시인이 창가에 홀로 앉아 별을 찾는 것도, 잎이 다녀갔기 때문이다. 그것도 풀벌레가 울던 울음이 그친 그런 밤이니, 나뭇가지에 걸쳐진 별과 시인은 같은 심정이다. 그대는 늘 나와 함께 해줄 걸로 알았던 그대이므로 떠나보내고 나서 더욱 가슴은 저려 시인은 그리움의 무게가 말도 못 할 만큼 아파도 아무렇지 않은 척 밀어 올리는 상사화 꽃대가 되고 만다. 잎과 꽃이 한순간에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의 생리를 빗대어 이루지 못한 사랑의 슬픔을 잘 노래한 시이다. 그러나 떠났음에도 더 사랑해 주지 못한, 아무것도 줄 것이 없는 순정의 마음을 잘 드러난 요즘 보기 드문 사랑의 시이다.
-박윤배(시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