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대구를 다시 황금의 삼각주로
<대구논단>대구를 다시 황금의 삼각주로
  • 승인 2011.05.1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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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광역시달성교육지원청 교육장

폴란드의 비아리스토크는 훌륭한 인물을 많이 배출하여 이른바 `황금의 삼각주(golden delta)’로 불리는 유명한 도시이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를 비롯하여, 음악가 쇼팽, 쿠오바디스의 작가 셴켸비치, 에스페란토를 창시한 자멘호프, 영화인 아르카디비치 카프만과 지가 베르도프 등 유수한 인물을 배출하여 명실 공히 세계 문화의 선두 주자로서 손색없는 대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이 비아리스토크와 비견될 만한 곳이 없을까? 이에 대해 격동기의 대구 일원을 꼽는 지식인이 많다. 특히 뽕나무골목으로도 불렸던 이곳 계산동 일원에는 소설가 현진건을 비롯하여, 화가인 이쾌대와 민속사가인 이여성 형제, 상공인이자 서예가인 박기돈, 독립운동가이며 화가로 활동했던 이상정 장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서상돈 등이 이곳에서 웅지를 길렀다.

또한 대구 가두극장 창립멤버인 이원식, 향토화가 모임인 영과회 창립회원 주정환, `스와니강’을 번안한 박태원, `오빠생각’을 작곡한 박태준, 서예가 서동균, 시인이자 독문학자인 이효상, 잡지 `집단’의 편집인이자 평론가인 남만희, `봄은 고양이로다’의 시인 이장희 등이 오륙분 거리의 이웃에서 고고하게 정신세계를 가꾸어 나갔다.

계산 성당 옆으로 개울이 흘렀는데, 이 개울을 끼고 `씨 뿌린 사람들’을 간행한 목우 백기만이 과자점을 꾸렸으며, 약령서문 건너편에는 공초 오상순 시인이 주점인 아세아 오뎅집을 열었고, 그 이웃에 영화감독 김유영이 소설가 최정희와 신혼살림을 차려 삶을 꾸렸다.

김유영이 숨을 거두자 최정희는 파인 김동환과 연을 맺었으나, 피란시절 혼자 딸을 데리고 남산동 언덕배기에 나중에 정치가가 된 한병채의 집에 세 들어 살았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혼자 사는 이곳 최정희의 집에 시인 구상, 아동문학가 마해송, 소설가 최인욱 등이 어깨동무를 하고 들이닥쳐 밤새워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

옛 고려예식장 건너편 지금의 알리안츠생명 건물 뒤쪽에 화가 이인성의 장인인 김재명이 경영하던 남산병원이 있었고, 그 병원 3층에 이인성의 아틀리에가 있었으며, 같은 골목에 문학평론가이자 카프파의 중심인물인 이갑기가 살았다. 대구고보 출신으로 `아귀도’, `아, 조선’ 등의 작품을 남기고 친일행각 끝에 일본에 귀화한 장혁주, 민족 애환과 삶의 질곡을 다룬 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를 감독한 이규환이 나란히 이웃해서 살았다.

뿐만 아니라 `광야’의 시인 이육사도 고향을 떠나 영천으로 잠시 옮겼다가 이곳 남산동에 짐을 풀었다. 덕산파출소 뒤에는 미술사가로서 `근원수필’의 저자인 김용준, 김재명과 함께 대구 최초로 직업교육기관을 설립한 주덕근, 장로로서 독립운동에 헌신한 김덕경과 그의 아들 김문보, 김문집 형제가 살았다.

제일여중 옛 골목에는 음악평론가로 동시 `물새 발자욱’을 지은 윤복진,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에 당선된 박민천, 시사평론가인 박기준, 화가 박명조 등이 이웃해서 살았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옛 대구상업고 뒷골목에는 6·25 전쟁을 다룬 유고집 `역사 앞에서’를 쓴 사학가이자 번역가인 김성칠, 성악가 권태호가 이웃해서 살았다.

만경관 옆에는 월북해서 김일성대학 교수가 된 역사학자 김석형이, 지금은 아파트로 변한 희도학교 북쪽에는 이인성의 천재성을 발견하여 화가로 키운 서예가 서동진이, 미술단체인 향토회 창립 동인인 최화수가 이웃해서 살았다.

또한 대구 일원에는 6.25를 겪으면서 김팔봉, 마해송, 최정희, 최독견, 전숙희, 장만영, 김이석, 양명문, 정비석, 최태응, 박두진, 최인욱, 김윤성, 이상로, 유주현, 성기원, 이덕진, 방기환, 작곡가 김동진 등 기라성 같은 문화 인물들이 모여들어 치열하게 예술혼을 불태웠다.

이러한 많은 문화 인물들의 예술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의미 깊은 활동이 될 것이다. 이에 최근 대구광역시교육청에서는 대구 전 지역을 체험학습장으로 개발하기 위해 해당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골목 투어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바 이에 대해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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