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이락서당을 지나면서
<대구논단>이락서당을 지나면서
  • 승인 2011.07.2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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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광역시달성교육지원청 교육장

성서에 있는 계명대학교 앞을 지나 다사(多斯) 지역으로 가다보면 강창교(江倉橋)가 나온다. 이 강창다리를 지나기 직전 오른편 산기슭에 최근 새로 지은 서당이 하나 서있는데 바로 이락서당(伊洛書堂)이다.

아마도 전에 있던 서당이 낡고 누추하여 헐어내고 새로 지은 모양이다. 전에 있던 서당은 가운데 마루를 두고 좌우로 방이 있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마루에도 문을 달아 사철 사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 같다. 그리고 주차장을 새로 마련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고풍스런 옛 모습은 구할 데 없으나 실제로 활용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 사숙(私塾)이라는 당초 설립 취지를 살려보고자 노력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 서당은 조선 정조 22년, 다사 지역을 비롯한 대구, 칠곡 등지의 아홉 문중의 서른 한 분의 유생들이 힘을 모아, 당시 향토의 문풍진작(文風振作)을 주도했던 한강 정구((寒岡 鄭逑, 1543~1620) 선생과 낙재 서사원(樂齋 徐思遠, 1550~1615) 선생을 기리고, 후손들에게 학문과 도의를 가르치기 위해 건립한 강학소(講學所)였다.

참여한 문중은 순천 박씨, 밀양 박씨, 광주(光州) 이씨, 전의 이씨, 성주 도씨, 달성 서씨, 광주(廣州) 이씨, 일직 손씨, 함안 조씨 등 아홉 문중이었다. 당시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이처럼 각 문중에서 고귀한 뜻을 가지고 의기투합하였다는 것은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

`伊’가 `저기(被)’ 또는 발어사(發語辭)로서 `자연스럽게, 순리대로’의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이곳 금호강을 가리키고, `洛’은 `홍농수명(弘農水名)’이라고 풀이되고 있는 만큼 곧 낙동강 물줄기를 가리키는 것이다. 즉 `이락(伊洛)’이란 금호강(伊水)과 낙동강(洛江)이 합쳐지는 강창(江倉)지역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이름은 이곳에 의지하여 자연스럽게 글을 읽고 또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하겠다.

이곳에 모셔진 한강 선생은 퇴계 이황 선생과 남명 조식 선생으로부터 모두 수학한 인물로 퇴계학의 맥을 잇는 영남학파의 계승자요, 당대 최고의 예학자였으며 남명의 영향을 받아 실학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분이다. 그리고 낙재 선생은 한강 선생의 제자로 퇴계 학맥을 잇는 석학으로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대구 지역에서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 공을 세우고 청안현감에 임명된 바 있는 문무겸전의 선비였다.

이 두 분은 나아가 이른바 달성 10현(達城十賢)의 뿌리가 되어 우리 고장을 학문과 도의가 번창하는 지역으로 만드는데 초석이 된다. 두 사람은 강정 마을에 있던 부강정(浮江亭)을 중심으로 모당 손처눌(慕堂 孫處訥, 1553~1634), 양직당 도성유(養直堂 都聖兪, 1571~1649) 등 여러 선비들과 교유하면서 학문을 논하였다.

특히 한강 선생은 말년을 현재 북구 사수동에서 보내면서 1605년 3월 부강정에서 70여 제자와 시문을 짓고 강학(講學)하였다고 하며, 낙재 선생은 그 유명한 `금호선사선유도(琴湖仙査船遊圖)’에서 보듯이 감호 여대로(鑑湖 呂大老, 1552~1619), 낙포 이종문(洛浦 李宗文, 1566~1638) 등 스물 두 명의 선비들과 학문을 논하는 모습을 남겼다.

또한 이들은 강변에 각각 서재(書齋)를 가지고 있었는데 금호강에는 한강 선생의 관어대(觀魚臺)와 조어대(釣魚臺) 및 낙재 선생의 선사재(仙査齋)가 있었으며, 낙동강 쪽에는 아암 윤인협(牙巖 尹仁浹, 1541~1597)의 영벽정(暎碧亭), 임하 정사철(林下 鄭師哲, 1530~1593)의 아금정(牙琴亭), 낙포 이종문의 하목당(霞鶩堂), 여헌 장현광(旅軒 張顯光, 1554~1637)의 부지암재(不知巖齋) 등이 있어 이곳에서 각각 글을 읽고 후학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러한 문풍 속에서 이락서당은 우뚝 세워졌고, 지금도 새로 중수를 하는 등 그 정신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숭고한 건립 취지를 오늘에 되살려 지금의 찰나적이고 표피적인 사회 풍속을 과감히 개선하고 정화시키는데 길이 활용해야 할 줄 믿는다. 어른들은 모름지기 청소년들이 이러한 조상들의 숭고한 정신세계를 찾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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