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좋은 날도 가고, 힘든 날도 간다.
<대구논단>좋은 날도 가고, 힘든 날도 간다.
  • 승인 2011.07.31 14: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은규 대구보건대학 안경광학과 교수

과거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보통 남자들에게 가장 고생스러웠던 때가 언제였냐고 물어보면 군복무 시절이었다는 대답을 흔히 들을 수 있다. 그래서 “군대 시계는 거꾸로 세워 놓아도 돌아간다!”라는 말이 생겨난 듯하다. 소위 `말년’이 되어 전역을 얼마 남겨놓고 있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달력의 그 날짜에 가위 표시를 하며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지` 하는 맘으로 힘들었던 군 시절을 정리하곤 한다.

물론 내가 생각할 때는 과거 기성세대들이 군복무 할 시절과 지금은 군인복지와 훈련의 강도, 위계질서와 통제 등의 생활환경이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보지만 병영생활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힘겹고 그 나름대로의 고민과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최근까지도 병영생활에서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토록 힘겨운 군 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땐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사회생활도 만만치 않다는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들을 땐 군인정신으로 밀어붙이면 못할게 어디 있을까라는 자신감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의 강을 하나 둘 건너다보면 병영생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고통과 시련이 얼마나 많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그런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과거 그토록 힘들어했던 군복무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 나날이었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되기도 한다.

나는 뒤늦게 공부를 한답시고 군 입대가 상당히 늦은 편이었는데 나에겐 오히려 입대 전의 대학원 생활이 훨씬 더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학원 시절 학교 연구실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는데, 정상 업무시간엔 주로 교수님들의 실습보조나 대학원 수업 등에 시간을 뺏기다보면, 개인적인 공부와 논문실험은 거의 밤 시간을 이용해야 했다.

그러다 보면 늘 수면시간이 부족했는데 돌이켜 보면 하루 평균 두세 시간 정도를 연구실 소파에서 틈틈이 자면서 몇 년을 그렇게 지냈던 것 같다. 나름대로 보람도 컸던 시간들이었지만 그 당시엔 `잠과의 전쟁’이 얼마나 힘들게 느껴졌던지…. 그래서인지 나는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식사에 적당한 운동까지 시켜주는 군 생활이 얼마나 큰 보약이 되었던지 전역할 땐 체중이 5㎏이나 불어 있었다.

여태까지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때는 군 전역 후부터 취업을 하기까지의 6년 남짓 되는 기간이었던 것 같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인 어려움에 손대는 일마다 실패의 연속이다 보니 살고 싶지 않은 맘이 들 때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을 떠올리며 무진장 노력해 보았지만 고달픈 삶이 결코 즐거울 순 없었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을 잃진 않았기에 좀 더 나은 새로운 미래를 만날 수도 있었다.

살다보면 좋은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지만 어떤 것도 영원할 순 없다. 꽃 보다 아름다운 젊음도 시들고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도 잠시 한 때 뿐인 것처럼 지옥 같은 나날도 반드시 흘러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요즘 들어 우리 주위엔 특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경기 불황으로 부도난 기업의 경영자와 근로자들, 생활고와 카드빚에 쫓겨 생을 포기하려는 서민들,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노인들, 입시지옥에서 시험 준비에 시달리는 수험생들과 일자리를 찾아 장거리 경주를 하고 있는 사람들, 휴일도 주말도 없이 일에 매달려 가족들 얼굴 보기가 어려운 가장들, 모두가 너무도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가난과 고통, 걱정과 슬픔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순간부터 우리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져 있는 운명이다. 그렇기에 이러한 어려움도 우리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 인정하고 이것을 이겨 나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일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지난 주 104년 만에 우리나라 중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엄청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과 재산을 수마에 빼앗긴 사람들의 절망과 슬픔은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어려운 상황(현상)’ 보다 정작 우리를 힘들게 하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은 이것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려는 `의욕의 상실’일 것이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하지 않는가! 하루 속히 훌훌 털고 일어나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인고(忍苦)의 세월 뒤에는 반드시 웃을 수 있는 좋은 날도 오리라 믿는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