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한글학자 이윤재 선생 묘소 앞에서(1)
<대구논단>한글학자 이윤재 선생 묘소 앞에서(1)
  • 승인 2011.12.2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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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광역시달성교육지원청 교육장

달성군 다사읍 이천리에서 하빈 현내리로 넘어가는 마현령(馬峴領) 초입에서 얼마가지 않았을 때에, 길 오른쪽에 무릎 높이의 작고 가는 돌기둥을 보고 궁금하여 차를 멈추었다. 무덤을 안내하는 표지석인데 퇴색하여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출장길이어서 시간이 촉박하고, 또 빗줄기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늦여름이라 덥고 미끄러웠지만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여 구둣발로 산비탈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아, 거기에는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에 조선어학회를 이끈 중추적인 인물로서, 우리 글 발전에 큰 공헌을 한 한글학자이자 독립투사였던 한뫼 이윤재 선생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선생은 뒤에 최현배와 방종현, 이희승 등의 학자에게 큰 영향을 미쳐 우리 글 발전이 계속 이어지도록 한 중요한 분이었다.

묘소에 참배하면서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우선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선생의 학문적 성과와 같은 거대 담론이 아닌 아주 소박한 궁금증으로서, 어떠한 연고로 선생의 묘소가 고향이 아닌 이곳에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무덤의 상태로 보아 누군가가 검소하게 보살피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무덤 왼편에 `이윤재선생기념사업회’에서 세운 묘비가 있는 것으로 보아 뜻있는 분들이 사업회를 결성하고 선생을 이곳으로 모신 것이 분명하였다.

선생은 1888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1943년 함흥에서 옥사하였다. 그런데 묘소는 달성군 다사읍 이천리 산 48번지에 있다. 자료를 검색해 보니 옥사한 이후 최초의 묘소에서 두 번이나 이장을 한 끝에 이곳 마천산 기슭으로 모셔졌다고만 나와 있고, 어디에서 어떻게 왜 두 번이나 이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다.

묘비에는 `선생은 1888년 12월 25일 경남 김해에서 이용준 옹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대구 계성학교에서 수학하고 모교에서 교편을 잡은 대구에서 어머니와 함께 영원히 쉬게 되었다. 해방 전 1943년 12월 8일 함흥형무소에서 옥사 후 두 차례 이장의 우여곡절 끝에 1973년 3월 이곳 다사 마천산에 천장되었다.

선생은 1919년 영변의 숭덕학교에서 3.1운동의 주동자로 체포되어 3년간 평양에서 수감되었다. 1921년 조선어학회를 조직하였고 맞춤법통일안을 완성하였다. 1934년 진단학회를 창립하여 역사 연구에도 힘을 쏟았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최현배, 이희승 등 33인이 검거되었다. 선생은 국어학자요, 교육자이며, 사학자이고 애국자이다. 많은 저서와 논문이 있으며 1962년 광복절에 건국공로훈장이 추서되었다.’라고 새겨져 있어서 선생의 족적을 간략하게나마 엿볼 수 있었다.

또 다른 자료에는 `어렸을 때는 마을에서 한문을 익혔으며, 김해 공립보통학교를 마치고 대구 계성학교와 대구 춘잠학교에서 공부했다. 김해 협성학교, 마산의 창신학교와 의신학교, 평안북도의 영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중국의 문물을 배워 우리 문화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 1921~24년에 중국 베이징대학교 사학과에서 수학했다.’는 구절로 보아 선생이 대구와 무관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또한 그 어머니 묘소도 대구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사 이천리에서 어르신 몇 분에게 여쭈어 보았더니 선생의 제자가 포함된 지인들이 이곳으로 묘소를 정한 것 같다고 하였다. 그리고 요즘도 서울 등 외지에서 선생의 묘지 위치를 묻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귀띔하였다.

만약 대구의 뜻있는 분들이 중심이 되어 제대로 갈 곳 없는 선생의 묘소를 이곳으로 모셔왔다면 그것은 여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시대의 선각자를 우리 고장으로 모셔왔고, 더구나 명당이 많은 곳으로 알려진 마천산에 예장을 했으며, 지금도 선생을 추모하며 무덤을 돌본다는 것은 우리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안겨주는 일이라 아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고장 사람들은 이처럼 옳은 일에, 그리고 명분 있는 일에 희생적으로 나서는 참된 선비들인 것이다. 이러한 선비 정신은 우리 고장 학생들에게 깊이 새기게 하여 삶의 기준으로 삼게 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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