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대구논단>“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승인 2012.03.0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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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얼마 전 서울 광화문을 지나게 됐다. 광화문 한복판 교보생명 `광화문 글판’에 시심을 자극하는 `오래 봐야 한다’는 뜻의 구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광화문 글판은 1년에 4번, 계절의 변화에 발맞춰 새 옷을 입고 있는데, 3월부터 봄 편이 걸린 것이다. 그 글귀는 시인 나태주의 시 `풀꽃’ 전문을 인용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그동안 등산을 할 때 이정표 마다 나무 판에 적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글귀다.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배우 배종옥이 세상을 떠난 후 묘비 대신 세운 나무판에 새겨진 글귀이기도 했다.

새로운 인연이 두루 시작되는 3월에 이 글귀가 새롭게 등장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새 학기를 맞아 새 친구들을 사귀어야 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직장 동료들을 만나야 한다. 꼭 취업이 아니더라도 왠지 3월이면 새로운 인연을 만날 것만 같은 설렘이 있다.

바로 이때 무엇이든 관심을 갖고 깊이 들여다보면 소중한 존재가 되고 그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뜻의 이 글귀가 가슴 깊이 새겨진다.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대하는 사람이나 사물도 쉽게 판단하지 말고 애정을 갖고 진심으로 대해야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예쁘고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풀꽃처럼 사람도 그러할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오래 봐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법이기도 하지만 첫인상을 결정짓는 시간이 4초 내외라는 어느 한 심리학자의 연구 결과를 내밀어 오래 봐야 사랑스럽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첫인상은 콘크리트’라고 말이다. 콘크리트처럼 쉽게 굳어져버려 인간관계에서 형성된 첫 인상을 쇠망치로 부수듯 손쉽게 바꾸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말이다. `이미지 경영’의 저자인 매리 미첼은 `첫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두 번의 기회란 없다.’고 단언했다. 처음에 기억된 정보가 나중에 기억된 정보보다 훨씬 중요하게 작용하는 `초두효과’ 때문에 첫인상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첫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첫인상이 비록 좋지 않게 형성되었다고 할지라도 반복해서 제시되는 행동이나 태도가 첫인상과는 달리 진지하고 솔직하게 다가가게 되면 점차 좋은 인상으로 바뀔 수 있다. 새로운 경험이 영향을 줘 첫인상의 힘이 서서히 잃어 가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빈발 효과’라고 한다.

이같이 그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는 데는 단 몇 초 만에 결정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4초 안에 결정된 첫인상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질되거나 전혀 다른 이미지로 바뀔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첫인상을 바꾸기 위해 40시간 이상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면서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빈발 효과를 통해 첫인상을 바꾸는 것은 부단한 노력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상대방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해 왔는지 뒤돌아보게 된다. 첫인상을 과대평가해 무리한 잣대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해 오진 않았을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그런데, 자세히 봤더니 예쁘지 않고, 오래 볼수록 지겨워졌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깊이 들여다보면 모두가 소중한 존재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풀꽃을 대하듯, 새로운 인연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과 애정으로 3월을 시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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