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 필라델피아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던 러셀 씨는 3천 달러를 주고 1967년 산 오스틴 힐리 승용차를 구입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러셀 씨는 이 자동차를 애지중지 아꼈다. 지금의 아내 신시아와 첫 데이트도 이 자동차로 했다. 그러나 어느 날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자동차가 사라졌다. 누군가가 훔쳐간 것이다. 신시아와 고작 두번째 데이트를 한 날이었다.
세월이 흘렀지만 러셀 씨는 이 자동차를 잊어본 적이 없다. 지난 5월 이베이 매물 목록에 낯익은 자동차가 올라온 것을 본 러셀 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매물로 나온 오스틴 힐리의 사진은 42년 전 없어진 자신의 자동차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동차를 되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베이에 매물로 내놓은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의 자동차 중개상. 전화를 해서 “42년 전에 잃어버린 내 자동차니 돌려달라”고 했지만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었다. 중개상은 1970년부터 이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사람에게서 사들인 것이라며 2만4천 달러에 자동차를 사라고 러셀 씨에게 제안했다.
러셀 씨는 필라델피아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도난 신고 기록을 찾아냈다. 러셀 씨는 차대 번호가 적힌 당시 자동차 등록증 사본을 경찰에 보냈다. 필라델피아 경찰의 연락을 받은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중개상을 찾아가 차대 번호와 기록을 대조한 결과 러셀 씨가 잃어버린 자동차가 맞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러셀 씨 부부는 지난 6월16일 로스앤젤레스로 날아와 42년만에 `애마’와 상봉했다.
중개상에게 보관수수료 600 달러를 치르고 탁송료 800 달러를 낸 뒤 자동차를 되찾은 러셀 씨는 “엿새 동안 여행 경비 1천500달러를 더하면 적지 않은 돈이 들었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나와 아내의 추억이 담긴 자동차이기에 꼭 되찾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는 지금도 충분히 달릴 수 있을만큼 상태가 좋았다. 러셀 씨는 조금만 손을 보면 길을 쌩쌩 누빌 것이라고 장담하면서 5만 달러를 준다 해도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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