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의 아내가 되어
지난주부터 두 주째 김을 맨다
햇볕은 사정없이 내려 쪼이고
얼굴에도 등에도 땀이 흘러내리는데
내가 매야할 잡초는 끝이 없이 자란다.
왜 이럴까
자두나무와 상치와 배추는
거름을 내고 비료를 주어도 겨우겨우 자라는데
잡초는 뽑고 뽑아도 일 주일이 멀다하고
새로 자라 나와서 온 밭을 덮어버린다
내 삶에도 몸에 좋은 곡식과 채소 같은,
옳은 일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쓸데없는 일, 하찮은 일, 심지어는 좋지 못한 일까지
풀만 무성한 것 같아
주님 앞에
죄송스런 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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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경북 청도 출생. 2007년 `사람의 문학’ 등단
해설) -해설 김인강-
생명으로 태어난 것은 모두에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존재이다. 필요한 자리에 있을 땐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빛이 나지만, 제 자리를 찾지 못할 때에 푸대접을 받는 것이 아닐까? 나의 삶을 뒤돌아 볼 수 있게 해준 풀이기에 그 또한 감사한 마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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