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6월을 알리는 기상 전망은 당분간 30도 이상의 더위가 계속될 것이며, 무더위가 더욱 길어질 것이라는 반갑지 않은 소식으로 시작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원전의 가동정지로 올 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고 있다니, 더욱 우울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서는 올 여름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하였다. 주로 공공기관의 전력사용량 감축과 전력 다소비업체에 대한 절전규제 방침 등이다.
즉 모든 공공기관의 월간 전력사용량을 전년 같은 달 대비 15% 감축과 피크시간 때는 전등의 반을 끄고, 냉방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며 전력경보 주의단계와 경계단계에서는 냉방기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등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건물 복도는 상당수가 이미 어두움에 익숙해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여름철 전력난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이나 가정에서 지켜야 할 일도 많다. 전기를 아끼고 자원을 절약하는 슬기로움과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느려도 참고 견디는 인내심을 길러야하는 것이다.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는 28도 이상을 유지하고,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 컴퓨터 대기전력 절전프로그램 이용에 동참하자.
직장에서도 점심시간 조명과 냉방기 끄기를 생활화하고, 옷으로도 체감 온도를 줄일 수 있는 기후적응형 복장인 ‘쿨(Cool) 맵시’를 착용하자. 노타이, 반팔셔츠 착용으로 냉방을 2도 높이면 연간 197만톤의 이산화탄소가 줄어든다고 한다. 어떤 지자체는 건물 옥상에 텃밭을 가꿔 냉난방비를 절감하는 한편 재배된 배추로 불우이웃을 돕는 효과까지 보고 있다고 하니, 고마운 일이다.
또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에너지를 절약한 만큼 인센티브를 주는 탄소포인트 제도를 추진하여, 가정으로부터의 환경보호를 유도하고 있다. 저탄소 생활을 실천한 만큼 포인트를 지급하는 ‘그린카드’도 있다. 절약하고 포인트도 받는 일거양득의 혜택을 누려보자.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전력사용량은 100만Kw가 증가된다고 한다. 더불어 폭염과 열대야가 겹칠 경우 수요를 조절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규제도 필요하지만, 실천이 더욱 중요한 때인 것 같다. TV를 통해 볼 수 있는 여론을 선도할 수 있는 계층의 잘 차려입은 정장보다 부채질을 하며 땀 흘리는 모습이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보다 진정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울러, 정장에 대한 인식도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운 기대를 가져본다.
2년 전의 9월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때늦은 폭염으로 순간 전력사용량이 예비전력량을 초과하여 지역을 돌아가면서 전력공급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던 초유의 정전사태를 말이다. 인간의 편리와 풍요를 위해 더워진 지구는 인간의 지혜와 인내만이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무덥고 힘든 여름이다. 아끼고 참아내는 슬기와 인내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저탄소 친환경 생활을 적극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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