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周易)에서 섬유인의 역할을 찾다
주역(周易)에서 섬유인의 역할을 찾다
  • 승인 2013.06.2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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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원희 한국폴리텍대학 섬유패션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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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중국의 고서인 ‘주역(周易)’의 핵심 논리이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라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으며, 변화는 늘 있게 마련이라는 주역의 가르침이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해야 하고, 살아남고자 한다면 그 변화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궁(窮)하여야 변한다고 하는데 궁은 무엇인가? 궁을 한자 그대로 풀이한다면 ‘다하다, 극에 달하다’이다. 극한 상황, 극에 다다라 있는 상태를 말한다. 또 어떤 이는 궁을 ‘깊이 연구하다, 최선을 다하다’라는 의미로 풀이하기도 한다. 어쨌든 극한 상황에 다다랐을 때 현 상황에 대해, 또 미래에 대해 깊이 연구하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므로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섬유산업은 우리 대구·경북지역의 핵심산업이자 우리나라의 기반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전년도 수출액은 156억달러로 세계 8위이며, 기술력은 세계5위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2000년의 188억달러에 비하면 많이 감소한 수치이다. 무역수지 또한 2000년의 140억달러에서 전년도는 36억달러로 크게 줄어들었다.

과연 섬유산업을 대구·경북지역의 핵심산업, 우리나라의 기반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그렇지만 섬유산업은 아직도 전체 제조업대비 12.8%, 전체 고용인원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유통업 등 관련 산업을 포함할 때는 전체업체 수의 17.4%, 고용인원은 11.1%(2011년 기준)나 되는 큰 산업이다. 한마디로 덩치는 큰데 비해 이익이 많지 않은 산업인 것이다. 이런 섬유산업의 어려움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80년대 후반부터 정부의 중화학공업 우선 정책과 숙련된 인력 확보의 어려움, 임금 상승에 따른 국제 경쟁력 하락, 후발 개발도상국의 급성장 등의 위협이 지속되어 왔다.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어려움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어 이제는 만성적 어려움이 된 것이다. 질병에서와 같이 ‘만성(慢性)’이라는 말은 좋은 것이 아니다. 즉, 섬유 산업은 아직까지 ‘궁’의 상태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역에 의하면 궁하면 변한다고 했는데, 다행히 섬유인들은 해답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 해답 중의 하나는 섬유산업을 고부가가치의 산업용 소재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섬유소재는 가볍게·강하게·질기게 등 어떤 형태로든 만들 수 있고, 다른 소재와도 잘 어울릴 수 있어 신소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최근 세계인의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의 변화와 환경·에너지·안전 문제 등의 대두로 산업용 섬유가 기존소재의 대체소재로써 주목받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가격도 의류용에 비해 대단히 높아 부가가치도 높고, 후발 개발도상국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여서 경쟁력 면에서도 좋다.

그런데 해답을 알면서도 곧바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먼저 산업용 섬유소재는 일반 의류와는 달리 일반인이 소비자가 아니라 다른 산업영역의 산업체가 소비자인 경우가 많다. 즉, 자동차·항공·토목·건축·조선·농업·의료·정보통신 등의 산업체가 소비자이다. 섬유만 알던 섬유인으로서는 매우 생소한 영역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섬유외의 산업체에서도 기존 소재를 대체할 소재가 섬유소재임을 알고 있으나, 이들 역시 섬유에 대해서는 문외한(門外漢)이므로 선뜻 접근하지 못한다. 서로가 필요하다는 것은 막연히 알지만 어디서 또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그 방법을 모르고 있다. 두 번째는 섬유업체에서 소재를 바꾼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가령 예를 들자면 빵을 만드는 제과점에서 원료를 밀가루에서 메밀가루로 바꾸는 것처럼 어렵다. 아라미드섬유(aramid fiber)·탄소섬유(carbon fiber)·폴리벤즈옥사졸(PBO; polybenzoxazole)·초고분자량폴리에틸렌(UHMPE; Ultra High Molecular Poly Ethylene) 등 평소 다루지 못한 새로운 소재를 다루어야 하는데, 기존 의류용 섬유에만 한정되어 살아온 섬유인으로서는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진정한 해답은 섬유인이 새로운 분야에 대해 먼저 공부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동차에 대해 배워야하고, 항공기 소재를 만들려면 항공기에 대해 배워야한다. 또한 새로운 섬유소재를 다루려면 그 소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다른 산업영역에서 섬유에 관련된 배경지식을 공부하여 접근해주기를 바라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쉬운 쪽은 섬유산업이다. 아쉬운 쪽이 먼저 접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매일 힘겹게 일하면서 공부까지 하려면 쉽지가 않다. 설령 하고자 해도 무엇부터 시작할 지도 잘 모른다. 다행히 우리 대구·경북지역에는 이들을 도와주기위해 노력하는 곳이 많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을 비롯해 섬유관련 연구소의 뛰어난 연구원들도 있고, 또 대학에서 이를 전공하고 공부하는 교수와 학생들도 있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들 기관이 가지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의 심정으로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변즉통, 통즉구’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섬유인의 역할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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