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박힌 신체…욕망에 고통 받는 인간
못 박힌 신체…욕망에 고통 받는 인간
  • 황인옥
  • 승인 2013.10.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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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손갤러리, 카메룬 출신 바르텔레미 토구오 전시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 활용한 작품 40여점 선봬
인간 중심적 세계관, 독특한 화법으로 꼬집어
바르미텔리미토우구의작'THESMELLOFLIFEⅩⅢ'
바르미텔리미 토우구의 작 ‘THE SMELL OF LIFE ⅩⅢ’
근육질 남자가 허공에 뜬 포즈로 앉아 있다. 신체 부위 중에서 오른쪽 엉덩이 밑 부분만 확대해 표현하고 나머지는 생략된 된 채로다. 선택과 집중으로 은유에 쐬기를 박고 싶은 작가적 의도가 읽힌다.

은유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남자의 잘린 허리와 발가락 끝에는 탯줄과도 같은 여러 가닥의 선이 인간의 심장처럼 보이기도 하고 식물처럼 보이기도 하는 형상들과 연결돼 있다. 엉덩이 밑에도 두 가닥의 선이 바닥의 양동이와 이어져 있다.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 일침을 가하며, 공생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의 기발함은 계속된다. 표현된 신체의 곳곳에 3분의 2쯤 박혀있는 예리한 못이 섬뜩함을 더하고 있는데, 작가에 따르면 욕망에 함몰된 채 ‘고통’ 속에 있는 인간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우손갤러리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카메룬 출신의 바르텔레미 토구오의 산물 중 하나다. 욕망에 고통 받는 인간의 부서지기 쉬운 마음, 우주 속의 일원으로서의 인간의 관계성 등을 독특한 화법으로 펼쳐놓고 있다.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은 보따리가 가득 실린 배. 작은 나룻배 하나가 수많은 보따리를 가득 실은 채 항해를 꿈꾸고 있고, 바닥에는 벽돌이 바닷물을 대신하고 있다. 정치·사회적인 갈등 속에도 개척정신은 계속돼야 한다는 작가적 의도가 깔려 있다.

바르텔레미 토구오. 그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핫(HOT)한 작가이자 세계적인 유명세를 확장하고 있는 주목받는 작가다.

명성에 비해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에서 수학하고 현재 파리와 카메룬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작가적 지향점은 아프리카 출신, 흑인 남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개인적 서사를 인류 전체의 보편적 이야기로 환원하는데 있다. “예술이야말로 자신의 특정한 상황을 드러내고 작품을 통해 예술가로서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의무를 세상에 털어놓는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작품을 통해 ‘부조리와 고통’으로 점철된 보편적인 인간군상을 드러내고 ‘상생과 영성’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의 작품에서 힐링 받는 지점이 여기다.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의 역량을 조국에 가져가 실현해 보고 싶다”는 그는 카메룬에 자신의 이름을 건 미술관을 지어 예술을 통한 사회 참여를 실천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봉사활동을 통해 인류애의 실천에도 동참하고 있다. 예술과 생활 속 실천이라는 정(靜)과 동(動)의 조화로 사회참여를 확대해 가고 있는 것.

프랑스 생테티엔미술관·파리시립현대미술관, 영국 런던디자인박물관, 미국 밀워키인스티튜트 등 세계 주요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온 토구오의 작품들은 파리 퐁피두센터, 미국 뉴욕 모마·마이애미 현대미술관, 독일 뒤셀도르프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이번 우손갤러리 전시에서는 토구오의 독특한 화법을 가장 잘 드러내는 드로잉에서부터 다수의 판화와 대형 설치 작품까지 모두 40여 점을 선보인다.

다양한 매체를 그 특성에 맞게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토구오의 전체적인 작품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11월 16일까지. (053)427-773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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