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
다양한 서체와 문인화 등 37년 작품활동 결과물 소개
“세상에 내 놓을 만한 묵직한 새로움을 보여주기 위해” 두 번째 개인전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 했다는 그녀를 지난 13일 그녀를 만났다. “부끄럽다”며 조심스럽게 건넨 팸플릿(Pamphlet)에는 하나같이 순수하고 정갈한 작품들로 가득했다.
음악적 수사를 빌려 주제를 ‘변주의 세레나데’로 하고 싶을 만큼 이번 전시에는 ‘혼용’과 ‘변용’이 두드려졌다. 글씨를 중심으로 하되 여백의 한켠을 문인화로 채색하기도 하고, 한글을 주로 하는 가운데 간간이 주제가 된 한자문구에는 한글 뜻풀이가 훈장처럼 달려 있다. 글씨를 도자기에 직접 새기거나 도자기 기법으로 구워낸 경전의 글씨들이 도판에 헤쳐 모인 작품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이 항상 있다”는 작가는 “서예야말로 다른 범접한 분야와의 만남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수 있는 분야”라며 서예에 더 깊은 정신문화를 심기 위한 범접분야 개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칫 중심과 변방의 혼용에 ‘부산함’이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끼어들 수 있지만, 그녀의 작품에 그런 여지는 없었다. 서예의 기본을 묵직하게 탐미하는 것이 그만의 비법. 한마디로 기본에 충실함이며, 혼용과 변용에 순수를 일관되게 지켜낸 비결도 이 때문이다.
“글씨는 삶의 깊이, 마음의 깊이가 축적된 성숙미”라고 말하는 그녀는 50대 후반의 ‘여전한 싱글’이며, 대구지방법원에서 평생을 일해 온 공무원이다. 말랑말랑한 감성과 삶이 아로새긴 성숙미로 곁눈질 없이 일과 서예만 팠다. 지나가는 바람도 그녀의 붓끝에서 잠시 숨을 멈췄을 것 같은 고요하고 정갈한 작품들이 ‘이유있음’으로 밝혀지는 대목이다.
“우리글이라 친숙하고 뜻이 바로 전달돼 눈과 가슴이 바로 반응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한글 서예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는 문 작가는 “매일 글을 안 쓰면 불안하다. 회사일 아무리 힘들어도 붓을 들면 새로운 힘이 샘솟는다”며 두번째 전시에서 오는 행복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서예협회 회원인 문 작가는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대구미술대전 대상 ·초대작가 ·운영위원·심사위원을 지냈으며, 한중교류전·세계서예비엔날레 천인천자문초대전 등 다수의 기획초대전에 참가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녀의 37년 서예가로서의 삶을 총망라하는 작품 34점을 소개한다. 해서·흘림·궁체·판본체·민체 등의 다양한 서체와 서예와 문인화·서예와 도자기와의 만남, 글씨·도자기·병풍·가리개 등에까지 그 면면이 다채롭다. 전시는 15일부터 20일까지, 짧아서 아쉬운 가을처럼 짧은 전시이기에 서둘러야 놓치지 않는다. 053)420-8015~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