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자치분권협의회에 거는 기대
수성구 자치분권협의회에 거는 기대
  • 승인 2013.11.17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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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부산대 대학원 NGO학과 외래교수,
지방분권운동대경본부 정책위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에는 매일매일의 작은 진화가 필요하다. 그 방법은 시민들에게 발언권을 주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다.”

지난달 광주와 충남을 방문해 ‘민주주의를 어떻게 민주화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던 부르노 카우프만 IRI유럽(유럽 시민발의 및 국민투표 연구소) 대표가 한 말이다. IRI는 직접민주주의의 싱크탱크이자 세계적인 네트워크이며, 카우프만의 저서 ‘직접민주주의로의 초대’는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모국인 스위스는 전 세계에서 직접민주주의를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나라로 손꼽힌다.

직접민주주의는 국민(주민)발의와 국민(주민)투표 등 국민(주민)이 직접 헌법·법률안이나 조례를 발의하고 투표로 결정하는 제도로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2000년대 이후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역 단위에서 주민들이 조례의 제·개정·폐지를 위한 청구를 할 수 있지만 이를 직접 투표로 결정하지는 못한다. 헌법이나 법률안 발의는 아예 할 수도 없어 매우 제한적인 직접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있다.

카우프만은 특강에서 유럽의 여러 직접민주주의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특히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직업 정치인과 달리 정치에 관심이 높지 않는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깨닫고 정책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교육과 훈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대구시 수성구청이 지난 6일 구·군단위에서는 전국 최초로 자치분권 촉진·지원조례를 제정하고 학계, 시민사회단체, 언론계, 법조계 등 각계 인사와 지방의회, 관계 공무원으로 구성된 ‘수성구 자치분권협의회’를 출범한 것은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끈다. 구·군 단위의 기초자치단체에서 풀뿌리 자치분권을 하지 못하면 지방분권과 민주주의의 성장·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협의회 출범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명실상부한 풀뿌리 자치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주민들 누구나 참여하고 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역 내에서 자신의 삶과 밀접한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평범한 시민과 엘리트의 능력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결코 풀뿌리 자치분권은 실현할 수 없다. 충분한 시간과 정보가 주어진다면 시민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 책임을 지게 된다.

의견이 없는 것은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판단을 내리기 위한 구체적인 정보를 갖지 못해서이거나,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출할 창구가 없어서이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고 수많은 차이와 갈등을 스스로 조정해나갈 수 있도록 정보공개와 학습, 훈련을 동시에 제공해야 한다.

직접민주주의의 선진국인 스위스에서는 국가적, 지역적으로 해결해야 할 정책 사안들에 대해 3개월에 한 번씩 투표를 한다. 그리고 안건을 투표에 부치기 전에 시민 발의안과 정부 발의안, 의회 발의안 등을 모두 책자로 만들어 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다양한 논의를 촉발시킨다는 것이다. 설령 시민 발의안이 부결되어도 시민들은 새로운 제안을 하고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한 경험을 쌓게 된다.

직접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역 차원에서는 더 효율적이라는 실증분석이 있다. 유럽의 정치경제학자들이 ‘직접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와 ‘직접민주주의의 행복도’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직접민주주의가 발달해서 주민의 정치참여가 높은 지역일수록 지역 경제성장률과 주민들의 행복도가 모두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성구에서 다양한 주민자치와 참여민주주의의 실험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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