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작가·교수 등 참여
다양한 작품 통해 새 비전 모색
대중교통지구에 배너아트 설치
사고 관련 누리꾼 남긴 글 실어
친환경적으로 변모한 지금의 모습 어디에서도 11년 전(2003년 2월 18일) 이 구간에서 일어난 처참했던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의 흔적은 찾아 볼 수 없다.
11년이라는 망각의 시간 속에서 사고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참사의 상흔은 사고를 당한 이들의 가슴 속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아물지 않고 있다.
비영리예술법인 ‘온아트(OnArt)’와 현대미술연구소 ‘디카(DICA)’가 잊혀져가는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추모하는 대규모 전시를 열고 있다. 대구지하철화재사고 11주기를 앞두고 지역에서 일어났던 비극적 사건을 기억·반성하고, 나아가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CMCP’(collective memory collective power)‘전을 중앙로역 및 분수대주변, 중앙로역과 반월당역 사이의 대중교통전용지구, 봉산문회회관 3, 4전시실 및 유리상자 등에서 마련한 것.
동시대의 주요논제인 국가와 개인, 자아와 타자, 기억과 역사의 관계와 이 양자 사이의 소통 및 공적 공간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이번 전시의 장르는 영상, 설치, 아카이브 등 다양하다.
참여 작가는 미디어 아티스트 하원식 이태희 이승희, 설치미술가 백정기 이완 김나현 등의 국내 작가와 태미 코 로빈슨(한양대 교수), 댄 마이클셀(홍익대 교수), 로미 아키투브(홍익대 교수 등의 해외 작가, 권정호 전 대구대 교수, 박남희 경북대 교수 등의 초대 작가로 구성된다.
◇다양한 형태의 작품 통한 기억·반성·비전 모색
대중교통전용지구 국민은행 중앙로지점 앞 야외에서 만나는 이승희 작가는 6개의 각기 다른 모양의 언덕 같은 형체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발광하는 6개의 모형은 참사로 떠난 ‘존재’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아빠, 나비집을 지어요’란 작품으로 참여하는 윤근 작가는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 유가족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작가는 아카이브 아트 작품을 통해 지하철사고로 딸을 잃은 한 아버지의 아픔을 10여 년간 기록한 사진, 영상, 단상 및 추모시로 전한다.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에서 전시중인 외국 작가 로미 아키투브는 ‘기억의 흔적’이라는 작품을 통해 지하철사고와 관련된 ‘기억’과 ‘역사’의 문제를 다룬다. 작가는 유리상자의 안과 밖의 분리된 공간을 생존자(현실계)와 희생자(천상계)의 경계 및 탈경계의 공간으로 연출한다.
또 중앙로역 분수대에 ‘천상의 메시지’라는 작품으로 만나는 하원식 작가는 MP3플레이어와 헤드폰으로 구현되는 사운드작업을 소개한다. 이 작품은 중앙로역 중앙분수대에서 출발해 지하 2층의 ‘추모의 벽’이라 불리는 가설 벽까지 MP3플레이어에서 나오는 음성을 통해 관객을 유도하며, 중앙로역을 참사의 망각과 기억이 대립하는 장소로 전환시킨다. 작가는 관객이 벽을 어루만지는 행위를 통해 장소에 대한 기억과 연민, 공감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대규모 배너아트 전시
지역 대학 교수 및 학생, 중·고등학교 교사, 전업 작가 등 200여 명이 참여하는 배너아트전도 대규모로 열린다. 이들은 배너아트 192점을 반월당역-중앙로역 사이의 대중전용교통지역과 중앙파출소에서 대구백화점으로 이어지는 거리가로 등에 설치하고 있다.
배너아트에는 대구지하철사고와 관련해 지난 10여 년 간 누리꾼들이 온라인에 남긴 글을 싣고 있다. 잊혀져 가는 대구지하철사고를 기억하고 반성하기 위한 코너인 이 협업작품은 관계예술, 공동체예술, 넷아트, 거리예술 등을 예시하고 있다.
전시는 3월 8일까지. 010-8627-842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