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렷한 눈망울 가진 풀각시가
빛 일렁이는 뜨락에 서서
흙이 하는 말을 듣는다.
그런 뒤 논두렁길 걷다가
흙더미 넝쿨이 차고 넘쳐서
바람에 흔들리면
각시 풀은 아리랑 가락에 맞춰
하늘하늘 춤추며 노닐었다.
어느덧 댕기머리 틀어 올려
나무비녀 꽂은 풀각시는
꽃이 고픈 듯
노란붓꽃 잔에 영글어진 이슬로
바람과 합환주를 나누고
해밀 미소 짓는 선녀 되었다
▷▶성군경 필명:백천 대구 출생 1989년 “흔들리지 않는 건들바위 관사촌 (남북문화사刊)” 발표. 한국시민문학협회 회장(2006년~), 낙동강문학상 수상(2011년) 시집: 영천댐 옆 삼귀리 정류장(실천문학사) 외 4권
<해설> 풀각시는 시골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이르는 말인데, 지금도 시골에 가면 아이들은 풀각시 장난감을 가지고 놀까? 지금 세상은 기묘하고 얄궂고 앙팡진 인형들이 지천으로 쌓여있는데, 왠지 마음이 서글퍼지는 것은 유년의 그 풀각시 꿈 때문이 아닐까. 막대기에 풀을 씌운 풀각시, 흙의 정갈한 소리와 결을 듣고 나비처럼 춤을 추다가 댕기머리 풀고 비온 뒤의 맑게 갠 미소 지으며, 선녀가 되었다는 이 시는 이솝이야기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시어들이 별빛처럼 반짝이고 있다. 제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