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대한 처벌에 무뎌진 죄의식…자신을 옭아맸다
관대한 처벌에 무뎌진 죄의식…자신을 옭아맸다
  • 김정석
  • 승인 2014.07.2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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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 벌려 인터넷서 사기
22살 전과12범 결국 실형
L(22)씨가 처음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남을 속여 돈을 훔친 것은 열여덟살 때였다.

당시 L씨는 카메라 렌즈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몇명으로부터 문의 연락을 받았다. 카메라와 렌즈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던 L씨는 그럴 듯한 말로 이들을 속여 있지도 않은 렌즈를 20만~30만원에 팔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L씨는 경찰에 붙잡혔다. 휴대전화, 입금계좌, 인터넷 아이디 모두 자신의 명의를 사용했던 L씨는 피해자들의 신고 한 번에 경찰의 수사망에 걸렸다.

장난처럼 시작한 일에 경찰서에서 조사까지 받게 된 L씨는 무서웠다. 무서움도 잠시, L씨는 초범의 미성년자인 데다 깊이 반성하며 피해자들에게 받은 돈을 돌려줬다는 점을 인정받아 아무런 처벌 없이 풀려났다.

L씨는 그때 처음으로 ‘경찰도 별 거 아니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 생각은 L씨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L씨는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있지도 않은 카메라와 렌즈를 파는 일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렌즈 하나를 50만원에 팔기도 하고, 카메라 하나를 200만원에 팔기도 했다. 적발될 때마다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합의를 하면 기소유예나 적은 금액의 벌금형으로 마무리가 됐다.

그런데 올해 초 충북 영동경찰서에서 받은 조사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L씨는 물건을 구매하려는 10여명을 속여 대금을 가로챘는데, 이번에는 여느 때와 달리 재판까지 받게 됐다.

L씨는 일순간 당황했지만, 이번에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게 되면서 별다른 처벌 없이 풀려났다.

L씨는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을 저지르면 가중처벌될 수 있다는 사법당국의 말을 무시하고 또 다시 중고장터 사이트를 기웃거렸다. 이번에도 9명으로부터 605만원을 빼돌리다 집행유예 판결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경찰은 L씨에게 실형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매번 쉽게 풀려났던 L씨는 ‘실형’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겁에 질려 통곡했다. 중고장터에서 사기를 치며 용돈벌이를 했던 그간의 행각들을 떠올리며 크게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경찰에 따르면 사기 전과 12범인 L씨는 지난 4월 9일부터 이달 5일까지 중고장터에 중고 카메라 및 렌즈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뒤 B씨 등 9명으로부터 605만원 상당을 송금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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