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서 목숨 바친 그들 평생 못잊어”
“타국서 목숨 바친 그들 평생 못잊어”
  • 김지홍
  • 승인 2014.07.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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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전협정일…UN군과 함께 전투 전성문 옹

미군과 원산상륙작전 투입

오대산전투서 한쪽 눈 실명

불타 없어진 학교 건립위해

돈 모으는 장면 감동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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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문 할아버지가 국가보훈처로부터 받은 표창장을 들고 웃고 있다. 김지홍 기자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7월27일은 유엔군 참전의 날로 유엔(UN) 참전군의 희생에 감사하고 공헌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을 비롯한 영국, 터키 등 유엔 21개국은 의료·물자·병력 등으로 194만 명이 넘는 군인이 참전했다.

이들은 자유와 평화를 외치며 다른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있기까지 모두 4만여명이 숨지고 10만4천여명이 다쳤다.

한국전쟁에서 미군과 함께 훈련을 받고 참전, 오대산 전투에서 한쪽 눈을 잃은 전성문 할아버지는 참전 미군에 대해 “의롭고 아주 매너가 좋았던 군인들”이라고 평가했다.

전성문(86·전상군경 5급) 할아버지는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23살에 군에 지원 입대했다. 처음에는 의용군으로 지원했지만 부대가 만들어지지 않아 부산에서 유엔군 지원병으로 활동했다.

영어는 한마디도 할 줄 몰랐다. 미군 함대를 타고 일본 후쿠오카로 건너갔을 때, 전 할아버지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미군들의 단단한 몸집이었다. 미군과 우리나라 군인의 대화는 일본어를 주로 사용했는데 “영어를 모르니까 훈련할 때도 서로 답답해서 일본어 통역인이 중간에서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전 할아버지는 한 미군 장교에게 “우리나라가 지금 불바다인데, 총 잘 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장교는 웃으면서 “오케이”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했다.

당시 미군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한국 병사들을 ‘스쿨보이’라고 불렀다. 전 할아버지는 “고된 행군으로 몸집이 적은 우리가 뒤처지면 미군들이 우리 총까지 두 개씩 메고 가줬다”고 돌이켰다.

“위험하면 총을 버리고 무조건 개울가나 땅이 푹 파인 곳으로 몸을 피해라”고 한 미군들의 당부에 대해 전 할아버지는 “무기를 버리면 총살인 우리군에 비해 미군은 생명을 더 귀중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1950년 9월 인천 상륙작전이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할아버지는 미군과 함께 원산상륙작전에 투입됐다. 여러 전쟁터에 나갔다 오대산 전투에서 왼쪽 눈을 잃었다.

전 할아버지는 “남의 나라에 와서 도와준 UN군은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고 했다.

지난 3월 전 할아버지는 우연히 TV뉴스를 보다가 어디에서 많이 본 듯한 미군 중사의 모습을 봤다.

그 중사는 철모에다가 병사들의 돈을 걷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불에 타 없어졌던 학교를 다시 세워주기 위해 미군들이 돈을 모으는 장면이었다. 전 할아버지는 그 중사가 옛날 자신과 같은 부대에 있던 것이 기억났다. 그렇게 미군들은 가평고등학교를 세웠다. 할아버지는 ‘남의 나라에 와서 목숨까지 주면서 도와주는데, 우리가 이대로 있으면 되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당장 그 학교를 찾아가 5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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