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희열 느껴 잇단 방화
소방차 사이렌 소리에 희열 느껴 잇단 방화
  • 김정석
  • 승인 2014.10.2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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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불 지른 30대 구속
지난 9일 오전 5시 17분께 대구 북구 동천동 한 아파트 재활용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황급히 달려온 관리실 직원들이 불을 끄고 보니 화재 현장에는 누군가 일부러 불을 지르려 쓰레기를 태운 흔적이 역력했다. 재활용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이 같은 화재가 발생한 것이 최근에만 벌써 세 번째. 관리실 직원들은 약이 오를 만큼 올랐다.

CCTV에 포착된 한 남성은 라이터를 들고 재활용쓰레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낯선 남자의 이러한 행동으로 재활용쓰레기가 불에 타고 관리실 외벽이 조금 그을린 것 외에는 별다른 재산피해는 없었지만, 관리실 직원들은 “이번에는 이 놈을 잡고야 말겠다”며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지난 18일 오전 5시 30분께 낯선 남자는 바로 그 쓰레기 분리수거장 앞에서 덜미를 잡혔다. 이번에도 라이터를 갖고 있었던 남자는 북구 학정동에서 가족들과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L(36)씨였다.

L씨는 경찰 조사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을 했다. 바로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는 데 희열을 느꼈다”는 진술이었다. L씨는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하는 데 희열감을 느껴 지난 8월 9일부터 두 달간 같은 장소에 불을 세 번 질렀다.

경찰 조사 결과 L씨는 지난 3월에도 대구 동구 지묘동 신숭겸 장군 유적지에서 허위 화재 신고를 해 소방차가 대거 출동케 한 전력이 있었다. 당시 경찰은 허위신고 혐의로 L씨에게 벌금 50만원을 부과했다.

윤우석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에 따르면, L씨는 스스로 소동을 일으켜 사람들이 다급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내가 뭔가 해냈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끼는 경우다.

윤 교수는 “L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분노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관심을 끌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심리를 보이는 사람들은 L씨의 경우처럼 처음에는 장난전화나 허위신고 같은 작은 소동을 일으키다 결국에는 실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구 강북경찰서는 이 같은 우려에 따라 20일 L씨를 방화 혐의로 구속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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