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도 않은 송사에 사채 빌리고 자살시도
있지도 않은 송사에 사채 빌리고 자살시도
  • 김정석
  • 승인 2014.11.05 17: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폭행 무마시켜주겠다”

옛 동료에 4차례나 속아

3천만원 가로챈 30대 구속
J(35)씨는 유난히 순진하고 어리숙한 성격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핀잔을 많이 들었다. 세상 물정에 어두워 손해도 많이 봤다.

살면서 나쁜 짓 한 번 하지 않고 살아왔던 그였지만, 올해는 무슨 악재가 끼었는지 J씨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송사에 휘말렸다.

지난 3월 술자리에서 한 번 봤던 여자가 느닷없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자신을 고소하겠다고 달려드는 통에 수백만원의 합의금을 날렸고, 그런 일이 넉 달 사이에 네 차례나 거듭됐다. 이 때문에 J씨는 3천만원을 잃었다.

J씨가 겪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 뒤에는 K(31)씨가 있었다. 지난해 잠시 J씨와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K씨가 모두 꾸며낸 일이었다.

발단은 지난 3월 J씨와 K씨가 함께 술을 마시던 자리에 K씨가 부른 여성 2명이 합류면서부터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K씨가 여성 중 1명을 데리고 나가면서 J씨는 A(여·25)씨와 단 둘이 남게 됐다. 그 상황이 어색했던 J씨는 곧바로 A씨와 헤어지고 귀가했다.

다음날 J씨는 K씨의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A씨가 J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검찰에 고소를 했다는 것이었다. 궁지에 몰린 J씨는 K씨에게 “나는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K씨는 “법원은 피해자인 여자 말만 믿는다”며 겁을 줬다. 그리고 “지금 합의하지 않으면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 합의금 300만원을 주면 내가 해결해주겠다”고 했다.

K씨의 속임수는 7월까지 반복됐다. 무려 4번이나 같은 수법에 말려든 J씨는 순진하게도 K씨의 말을 모두 믿고 합의금과 벌금 명목으로 그때마다 수백만원씩을 건넸다. 하지만 J씨를 고소하겠다는 여성은 애초부터 없었고, 당연히 J씨가 내야 할 합의금과 벌금도 없었다.

갖은 송사로 돈이 바닥난 J씨는 K씨를 통해 사채까지 빌렸다. 이 역시 J씨가 ‘있지도 않은 합의금’을 내기 위해 빌릴 필요가 없는 사채를 빌린 셈이었다.

J씨가 사채를 갚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K씨는 J씨에게 어머니로부터 500만원을 얻어내게 하고 이웃에게서도 150만원을 빌리게 해 자신이 챙겼다.

K씨의 행각은 지난 9월 J씨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J씨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을 시도했고 때마침 친형이 이를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대구 강북경찰서는 5일 옛 직장 동료에게 성폭행 고소를 무마시켜주겠다고 속여 합의금 및 벌금 명목으로 현금 3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K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J씨에게 민사소송 절차를 안내하는 등 피해자 보상 지원에 나서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