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거리에 뿌려진 ‘희망의 씨앗’ 예술가-지자체 함께 ‘새싹 틔운다’
잿빛 거리에 뿌려진 ‘희망의 씨앗’ 예술가-지자체 함께 ‘새싹 틔운다’
  • 황인옥
  • 승인 2014.12.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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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바람 불고 있는 북성로공구골목, 앞으로 과제는…

IMF 이후 쇠락한 공구골목

젊은 예술가들 주도 거리 곳곳 문화공간 탄생

중구청, 연계 사업 추진

관광객 사로잡을 콘텐츠 필요

‘자갈마당’ 재개발 서둘러야
산업화가 한창 진행중이던 20세기 중반까지는 ‘개발=번영’이라는 공식이 지배했다. 하지만 개발로 인한 폐해가 본격화 되던 20세기 중,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개발과 보존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속출했다. 크고 작은 갈등의 씨앗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불거져 나왔다.

20세기의 학습 효과 때문일까. 지식기반 사회로 넘어간 21세기는 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상생이라는 보다 큰 가치로 가닥을 잡고 개발보다는 재생, 특히 전통과 현대의 조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해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으로 부흥시키려는 도시사업인 도심재생에 무게 추를 옮아가고 있다. 그 중심에 북성로공구골목 알대의 변신이 자리하고 있다.

◇산업거리에 문화예술을 입히다

침체된 잿빛 거리 북성로공구골목 일대가 뜨거운 젊음의 열기로 채워지고 있다. 존재감조차 희미해져가던 퇴락한 산업거리에 문화와 예술이 흐르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신 패러다임이 싹트면서 활력 넘치는 이색거리로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시작은 2011년 10월 ‘삼덕상회 프로젝트’로부터 출발했다. 공구골목 중간에 위치한 허름한 공구상이 북성로의 특성을 살린 일본식 가옥 형태로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다. 이 독특한 카페의 존재는 언론과 시민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관심을 모았다.

삼덕상회의 성공적인 안착은 이 지역 변화의 교두보가 됐고, 이후 근대건축물 1호 사업으로 일제강점기에 미곡창고로 지어진 건축면적 약 67㎡로 지상 2층짜리 목구조 건축물을 리모델링한 ‘북성로 공구박물관’이 2013년 3월에 문을 열었다. 하루 평균 100여명이 다녀가는 명소가 된 이 박물관은 공간, 장소, 건축, 역사, 문화, 생활사, 구술이라는 7가지 부문에 대한 기록을 압축적으로 담아내며 공구골목 변신프로젝트의 거점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복합문화예술 공간들도 속속 문을 열었다. 자전거를 모티브로 한 ‘장거살롱’, 건축사무소 ‘오피스 아키텍톤’, 아키텍톤이 리모델링한 한옥 ‘도회헌’, 예술가들의 문화공간을 겸하는 ‘게스트하우스 STYLE’ 재즈바와 게스트하우스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 ‘판’, 도서관과 인디밴드 연습실을 운영하며 젊은이들의 문화예술마당을 자처하는 ‘스페이스 우리’, 갤러리·공연장,카페가 결합된 ‘믹스 카페 북성로’ 등이 공구골목 요소요소에 방점을 찍으며 외연을 확장해갔다.

◇북성로의 변천사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북성로는 대구읍성의 북쪽 성을 허물고 난 신작로 자리다. 동성로, 남성로, 서성로와 함께 4성으로 불려진다.

북성로는 4성로 중에 가정 먼저 허물어진 지역이다. 대구읍성의 붕괴는 일제강점기에 진행됐다. 북쪽 성과 밖의 토지소유자가 일본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그들의 요구에 의해 북쪽 성이 허물어지고 조경회사, 제림소, 목재회사, 곡물회사, 판매점 등이 들어서면서 상업의 중심지가 됐다.

광복 이후 일본인이 떠나간 북성로는 대안동의 인테리어 관련업종, 수창동의 기계공구, 태평로의 창고 등을 활용한 중소 부품산업 업종들의 중심지로 제2의 변화 바람을 가볍게 탔다.

1947년경, 지금의 인교동골목(당시 푸른다리)에서 미군부대로부터 사용하다 나온 폐공구를 수집해 영업을 시작하며 공구골목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후 기계공업의 발달로 국산공구가 생산되면서 집단 상가를 형성했다.

‘도면만 있으면 탱크도 만든다’고 할 정도로의 성장은 90년대 인교동 공구상가와 접목되면서 진행됐다. 산업화의 꽃인 중공업이 성장하면서 공구와 부품 생산 요구가 거세졌고, 북성로공구골목은 전국 최대의 상업공구골목이 됐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골목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특히 98년 검단동 유통단지로 업체들이 빠져나가고, 인터넷 쇼핑몰이 생겨나면서 예전의 명성은 빛을 잃어가다 최근 문화예술의 접목이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

◇예술인이 시작하고 중구청이 다듬다

북성로공구거리 일대의 변화에 주목할 점은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건축사, 음악가, 미술가, 댄서, 문화기획자 등 젊은 예술가들이 북성로에 새로운 희망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의 눈에 공구골목 일대는 근대사의 구비마다 쓰임새를 달리하며 역사를 만들어오고 일제강점기의 근대건축물이 대부분 남아있는 역사의 보고로 다가온 것이다. 방천시장 예술 프로젝트나 근대골목투어 등이 관 일변도로 진행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공구거리 일대의 문화예술입히기가 본 궤도에 오른 것은 중구청이 가세하면서다. 지역예술인들의 참여가 활기를 띠자 중구청이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

구청의 개발 방향은 새로운 도시창조 모델인 도심재생으로 정리됐다. 쇠퇴하는 도심 지역을 파괴와 개발 대신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라는 새 기능의 도입을 통해 부흥을 꾀하자는 취지가 담겨있다.

개발의 물꼬는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사업이 텄다. 이 사업은 대구읍성길 중 북·서성로(1.6㎞) 및 그 주변구간을 대상으로 국·시·구비 합작으로 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2년부터 시작됐다. 북·서성로 가로환경 개선, 읍성 주요 거점지역 상징성 부여, 읍성옛길 경관 트레일 구축(향촌동, 북내동) 등이 2015년까지 추진된다.

중구청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북·서성로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도 10억원의 예산으로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북성로공구골목 변신의 핵심사업이다. 시각과 공간연구소, 대구사회적기업센터와 중구청이 결성한 리노베이션 위원회의 주도로 입주자 신청을 받아 북서성로 주변의 근대건축물 7개동을 복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입주 선정자가 건물 외관을 원형에 가깝게 개보수하면 공사비용의 범위 80%안에서 초대 40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에따라 1월말쯤이면 북성로에 아트샵, 위안부 역사관, 커피숍과 갤러리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 한옥체험업 등이 들어서며 북성로에 새로운 문화예술지형도를 그릴 전망이다. 중구청은 올해에도 입주자 신청을 받아 계속해서 리노베이션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은 국내 처음으로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협력해 도시재생과 사회적 기업을 위한 투자를 함께 유치한 사례로 의의를 가지고 있다.

증구청의 또 하나의 야심작인 순종황제어가길 조성사업도 공구골목 활성화와 연계된다.

2016년까지 완성되는 어가길 조성사업은 공구거리 인접지역인 수창동·인교동 일원(2.1㎞) 및 그 주변구간을 70억원의 예산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어가길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재위 1907~1910)이 일제에 병합되기 1년 전인 1909년 대구를 찾았을 때 어가(임금이 타는 수레)를 타고 둘러본 길이다.

중구청은 북성로 향촌동 일원에 ‘솔솔솔, 빨간구두속 보물찾기사업’도 추진한다.

침체를 면치 못하는 향촌동 수제화거리를 근대 다운타운의 재생 및 특화거리를 활용한 투어리즘을 적용한 관광자원화로 재생한다는 계획 아래 2016년까지 총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 사업 또한 북성로공구골목 일대의 관광벨트에 유입된다.

◇향후 전망과 과제

북성로공구골목 일대의 변화는 몇 가지 점에서 중구가 진행하고 있는 다른 골목길 투어와 차별화된다. 이 차별화는 곧 이 지역의 장점으로 부각된다.

첫 번째 차별화는 거쳐가는 관광에서 머무르는 관광으로의 변신이다. 북성로공구골목 일대에는 건축, 공연장, 한옥, 미술 등의 예술장르와 복합된 게스트하우스의 입주가 증가하고 있어 음악이나 미술 등 하나의 분야로 제한된 개발모델이 놓쳤던 머무르는 관광으로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여기에 인근에 위치한 옛 전매청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한 대구예술발전소가 자연스럽게 북성로공구골목 일대의 문화자원으로 편입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예술발전소에서 진행되는 전시나 공연을 보고 자연스럽레 북성로로 문화활동 반경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 북성로공구거리의 활성화가 다른 골목투어와 차별화 지점은 옛 전매청 부지에 들어서는 총1천245가구 39층 초고층 첨단아파트인 ‘대구역센트럴 자이’의 존재다. 이 아파트가 완공되면 북성로 공구골목 일대가 자연스럽게 이들의 생활권으로 편입돼 공동화 현상을 피할 수 있다.

완공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대구예술발전소 인근의 제1수창공원(면적 1만562㎡)과 제2수창공원(4천268㎡), 제3수창소공원(345㎡)도 북성로공구골목 활성화의 주변 인프라로 활용도가 크다.

분홍빛 청사진 못지 않은 과제도 안고 있다. 방천시장하면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이 떠오르둣, 북성로공구골목도 공구거리만의 매력을 담은 축제나 공구거리를 대표할 인물 등 대구시민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참신하고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의 개발 필요성이 제기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축제 등의 콘텐츠는 북성로공구골목 일대를 보배로 만들어 줄 꽃이 될 것이다.

또 북성로와 인접한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을 북성로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고 문화예술거리로 탈바꿈 하고 있는 북·서성로의 변화에 발맞춰 ‘자갈마당’도 슬럼화로부터 벗어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생산과 휴식 공간으로 변화할 필요성을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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