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못 본 양떼…마음으로 그리다
한번도 못 본 양떼…마음으로 그리다
  • 황인옥
  • 승인 2015.01.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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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직 개인전…17일까지 갤러리제이원
완만한 곡선과 단색조로 신비감·서정적 느낌 강조
불협화음 없는 평화 원해
문상직작-만남
문상직 작 ‘내 마음의 양’
“평화로운 공동체를 이루는 양처럼 서로 화합하고 사랑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양떼를 20여년 이상 그려온 구상화가 문상직(69)에게 양띠 해에 대한 ‘덕담’부터 주문하자 ‘화합’을 이야기했다. 사실 그의 짧은 덕담 속에는 문상직을 함축하는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양, 자연, 어울림, 순응, 평화, 경외, 사색 등.

문상직은 자연 속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평화로운 양떼를 완만한 곡선과 유연하고 포근한 색채로 표현하는 양 시리즈로 20여년 이상 천착해 왔다.

1990년대 초반 소나기가 퍼붓는 날 우연히 산 능선에 희미하게 보이는 하얀 비닐하우스를 양으로 착각하고 그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림들은 대개 중심 주제인 양떼를 하얀색으로 도드라지게 화면 중심에 내려놓되, 풍광은 단조로운 곡선의 형체와 뒤로 물러나게 묵직하게 앉힌 구성이 주를 이룬다. 완만한 곡선과 한 톤으로 깊이감 있게 정돈된 색조는 사색, 몽환적 신비감(神秘感)을 자아낸다.

그는 “글이나 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던지지만 자연 만큼 강렬한 메시지는 없다. 나는 그 자연이 툭하고 던지는 메시지를 건져 올리는 것 뿐”이라며 신비스러우면서도 서정적인 화풍의 모태로 자연을 지목했다.

사실 그는 ‘양’ 그림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양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그림 속 양들은 형체만 있을 뿐 세밀한 묘사가 빠져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사실화가 아닌 내면의 상태를 표현한 심상화(心象畵)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그림은 주로 동트는 새벽녘이나 해지는 저녁 무렵에 그려요. 내 그림이 사실화가 아닌 심상화(心象畵)여서 그런가 봐요. 여명이 밝아 올 때와 노을이 짙어질 해질녘은 하루 중 영혼이 가장 깨어있고 순수함이 깊어지는 시간이어서 그렇겠지요.”

그가 형체보다는 완만한 곡선을 주로 그리는데는 명징한 의도가 하나 더 숨어 있다. 바로 “주제의 부각”이다. “불필요한 너무 많은 것을 보고 그것을 개입시키면 주제가 흩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깊이감 있는 단색조 또한 궁금했다. 그는 그림을 자세히 보라고 했다. “단색조 같지만 사실 많은 색들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톤을 한 톤으로 보이도록 기술적으로 의도했어요. 명화들도 다 보면 색깔이 많이 들어 있지 않아요. 이 또한 주제의 부각과 관계되지요.” 역시 주제의 부각을 위한 나름의 복선이었다.

그는 현재 팔공산 자락에 터전을 잡고 작업하고 있다. 시골 출신이기도 하지만 전원이 어머니의 자궁처럼 편안하기 때문이다. 겸손과 평화와 경외와 화합이 자연에 있다는 것을 태생적으로 체득한 그는 천상 촌사람 이었다.

자연의 품에서 한없이 평화로운 문상직의 그림 속 양떼가 불협화음 없는 인간 세상에 대한 은유인 것은 그래서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전시는 갤러리제이원에서 17일까지. 053)252-0614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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