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70년대 작품 60여점
이 화백의 개인자료 등 전시
한국 수채화 역사 ‘한눈에’
풍경을 수채화로 담아온 이경희(89) 화백의 개인전인 ‘이경희, 만(灣)의 풍경’전이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화백은 1925년 대구에서 출생해 한학자인 조부와 서도(書道)에 관심이 많았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글씨와 그림에 매료됐다. 물이 가지는 깨끗함을 좋아해 수채화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 화백은 개인전 50여회, 국전 특선을 비롯해 9회 입상, 국전 추천작가 12회, 국전 초대작가 8회, 국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며 한국 화단의 역사와 함께 했다.
이번 전시는 포항의 근대성과 한국 수채화 역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시로 3월 29일까지 미술관 3·4전시실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포항시립미술관인 지난해 이 화백에게 구입한 작품 23점과 기증받은 작품 50점 중 수작 40여점이 소개되고 있다.
여기에 국전 특선 상장, 화구, 팸플릿, 포항 풍경을 담은 스케치북, 13세 때 그린 수채화, 화가의 사진 등 관련 자료 50여 점도 함께 전시돼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전시 작품들 중에서 특히 1949년 국전 첫 회에 ‘포항의 부두’로 특선을 받으며 미술사적으로나 포항근대사에서 큰 의미로 평가받는 작품을 비롯 구룡포, 죽도시장, 송도해수욕장 등 근현대기 포항의 풍경들을 주제로 경쾌하고 화려한 필치로 표현된 작품들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 화백이 바라보는 포항은 어떤 빛깔일까. 그는 ‘치열한 삶의 현장과 휴양, 풍요가 한데 어우러진 역동적인 에너지의 땅’으로 포항을 바라본 듯 하다. 맑디맑은 포항의 하늘빛과 물빛은 그의 붓끝에서 생동감 있게 퍼득이고, 바다의 품에서 욕망 없이 살아가는 어부들의 삶을 요트를 즐기는 듯 여유롭게 묘사되고 있다. 부둣가에 정박한 배들은 거친 항해 후 새로운 충전을 위한 안식으로 평안하고, 정비를 마친 어선은 다시 조업을 떠나려 바닷물을 가르며 힘차게 미끄러져 나아가는 희망의 상징으로 형상화 되고 있다.
이 화백은 “‘포항의 풍경과 뱃전에서 일하고 있는 어부들의 강인한 삶’을 속도감 있는 붓질과 화려한 색채로 건강한 삶의 현장을 표현하려 했다. 나의 포항 작품들은 삶의 희망과 휴식, 도전의 반복과 순환을 예술적 감흥을 구체화한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김갑수 포항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포항의 근대성은 물론 한국 수채화 역사의 중요한 일면을 엿볼 수 있는 전시다. 지역 미술사 정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수집한 결과를 선보이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원로작가 이경희 화백이 근대기에 포항을 배경으로 작품을 남겨 포항미술사에 두터움을 더해주고, 포항의 성격을 선명히 보여주는 컬렉션 전시”라고 덧붙였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