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수몰지구
당신은 수몰지구
  • 승인 2015.03.22 21: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훈교 시인

물 위에 뜬 연꽃 형국이라

수구리*엔 예부터 기와 돌집이 없고 초가가 많았다

어머닌 젊은 날을 휘돌아 예서 우릴 낳았고

모래강변엔 많은 것들이 생을 살아내고 있다

모래무지 버들치 물잠자리 휘파람새 검은등할미새 꼬마물떼새 멧새 발자국들이 총총

고요히 강을 만지는 내성천

개나리 수양버들이 휘적휘적 물빛을 그리곤 했고

새벽닭 홰치는 소리에 이따금 초승달이 빠지기도 했던

그러나 가뭄을 너끈히 버텨오던 둠보도 모래톱도

나도, 이젠 수몰지구

신작로에 핀 코스모스도 대신할 수 없었던 우리의 젊은 날이, 휘돌아나가는 중이다

민들레 홀씨처럼 아무 곳으로 떠나는 중이다

여기 잠기는 중이다

*행정명 내림리(경상북도 영주시 이산면 소재). 영주댐 건설로 수몰된 시인의 고향.

▷▶정훈교 경북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석사). 2010년 계간 사람의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또 하나의 입술’(2014, 시인동네)이 있다. 예술문화협동조합 청연 상임이사, 젊은시인들 편집장이며 대구 ‘김광석 벽화거리’에 ‘시인보호구역’이란 집필실을 두고 있다.

<해설> 대한민국에는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많다. 몇 해가 지나서 그 길을 스쳐 지나면 한 동네가 사라지고 또 몇 해가 지나면 강산도 깎아내려 허리를 부질러 놓고 또 몇 해가 지나면 4대강도 바꿔놓고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사람들은 고향이 사라져버린 추억들을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안종준 -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