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예술가 최애리 작가 ‘캔버스 위를 춤추는 線’...그 아름답고 치명적인 매력
선의 예술가 최애리 작가 ‘캔버스 위를 춤추는 線’...그 아름답고 치명적인 매력
  • 황인옥
  • 승인 2015.06.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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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그리는 사람좋은 작가

캐리커쳐 감성, 서양화에 접목

세련미 넘치는 젊은 감각 풍부

KBS 드라마에 작품 걸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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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 기법과 캐리커쳐를 접목한 최애리 작가의 작품들.

진화에 대한 원초적 본능 탓일까. 늘 보던 것과 다른 새로운 무엇을 만나면 흥분된다. 다름이 주는 신선함이 사막에 오아시스 같은 청량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최애리 작가가 그랬다. 인물을 그리되 지금까지 보아왔던 여느 인물 그림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구사했다. 그녀만의 감성이 묻어나는 매혹적인 인물화였다.

“대학원에서 비구상을 했어요. 작품에 인물이 항상 들어갔어요. 비구상 누드 드로잉이었어요. 정통 인물은 아니었고, 변형된 인물이었죠, 그때부터 계속 인물을 주로 그려온 것 같네요.”

최 작가의 예술적 미학은 감각미와 세련미에 있다. 지극히 평면적인 작업들을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과 그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표현한다. 20대의 젊은 여성의 작업이라고 느낄 만큼 순수한 감성이 평면을 지배한다.

하지만 그녀는 50대. 중첩된 세월에 작업 패턴이 굳어질 나이다. 팽팽한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비결이 있을 것이다.

“제가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지 대학원 시절부터 그림에 사람을 품고 있었어요. 오랫동안 사람을 그려왔지만 점점 더 감각적으로 변해 온 것 같아요. 6년 전 캐리커쳐를 배우고 서양화 기법과 캐리커쳐 기법이 혼재되면서 저 만의 감각적인 인물 형상을 그려가는 것 같아요.”

최 작가는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 내에 캐리커쳐 강습실을 운영하고 있다. 6년 전 한옥 설계 전문가인 남편의 일로 서울에서 생활하던 시기 처음 접한 캐리커쳐다. 서울에 따로 작업실을 두지 않아 대형 작품을 할 수 없었던 이유로 좁은 공간에서 간단한 그림이라도 그릴 요량으로 배우기 시작한 것.

“저처럼 서양화를 전공하고 접근한 사람은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만화나 취미가 주목적이었죠. 회화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오히려 어려워했어요. 그 시기 서울 생활은 하루종일 캐리커쳐만 그리는 일상이 이어졌어요. 지금은 캐리커쳐적인 감성을 공유하고 싶어 사람들을 지도도 하고 있죠.”

최 작가의 작품은 평면적이다. 아크릴 혼합 물감을 캔버스에 바르고 스크래치 기법으로 긁어낸다. 평면을 주도하는 중심 패턴은 ‘선’. 대상을 자기만의 변형된 선들로 처리하며 감각적으로 재창조한다. 그녀는 스스로 선의 미학에 매료됐다고 할 만큼 굳이 분류하자면 선 예술가다. 작가 역시 “내 작품은 선의 유희”라고 표현했다.

“제 작업은 선 예술이죠. 캐리커쳐를 접목해 나름의 형태를 만들었어요. 좀 더 팝 아트적이라고 할까요.”

그녀의 그림은 현대적이다. 이 때문일까. 인사동 전시에서 우연히 인연이 되어 ‘부자의 탄생’, ‘결혼해 주세요’ 등 KBS드라마 4편에 협찬 작품으로 방송을 타고, 작품도 몇 점 팔았다. 젊은 시청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트랜드의 드라마에 그녀의 작품이 선택된 것은 그녀의 작품이 그만큼 감각적이라는 반증은 아닐까.

“드라마 세트에 걸려있는 제 작품을 방송을 통해 본 시청자 중에서 문의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작품을 사신 분들도 계셨어요. 전혀 예상치 못한 경험이었지만 감각적인 드라마에 제 작품이 선택된 것이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죠.(웃음)”

감각적인 드라마와 궁합이 맞을 만큼 그녀의 그림은 형상과 기법에서 현대적이다. 하지만 좀 더 천천히 음미하면 동양성이 고요하게 묻어나는 것을 발견한다. 우선 동양 미술의 정수인 선과 면이 남다르다. 그녀의 평면에는 선이 전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선이 형상을 주도한다. 선과 선의 경계에 면이 있을 뿐이다. ‘선’을 중심으로 면이 선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을 면이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스크래치로 선으로 글어내는 작업을 할 때면 무아지경이 되죠. 선을 가지고 노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선의 미학에 매료된 것 같아요.”

그녀의 또 다른 동양성은 인물의 이미지와 색감이다. 우선 인물들은 모두가 순하고 만만하다. 몇 번의 무심한 붓질로 자연 풍경 속의 또 하나의 자연인양 자리하고 있는 동양화 속 인물의 편안함이 그녀의 인물에 그대로 이입되고 있다. 색감 또한 한옥의 기와나 한지, 황토을 떠올릴 만큼 동양적이다.

“제 품성이 긍정적이고 사람들을 좋아해서 편안한 평상이 나오는 것 같아요. 색감 같은 것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한옥 전문가인 남편 옆에서 한옥을 접한 것이 한국적인 색감으로 가는데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요.”

그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캐리커쳐 강습으로 미뤄두었던 작업을 본격적으로 해 볼 심산이다. 좀 더 색다른 청량감을 원하는 현대인의 가슴에 그녀가 어떤 감성으로 적셔줄지 기대감이 차올랐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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