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미술가 잉카 쇼니바레 대구미술관서 첫 아시아展
세계적 미술가 잉카 쇼니바레 대구미술관서 첫 아시아展
  • 황인옥
  • 승인 2015.06.0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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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승화된 아프리카의 아픔 “식민주의 풍자 한국인 공감할 것”

나이지리아계 반신불구 예술가

승자가 지배하는 왜곡된 가치관

화려한 작품 속에 ‘이중성’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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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 쇼니바레

잉카쇼니바레작-CakeMan2
잉카 쇼니바레 작 ‘CakeMa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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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nka Shonibare 작 ‘하이 티(High tea)’

전통이라고 믿었던 내용이 사실은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마음이 어떨까. 나이지리아계 영국작가 잉카 쇼니바레 MBE(53)에게도 그것은 충격이었다. 아프리카 전통 천이라고 믿었던 옷감의 원산지가 네덜란드이고, 아프리카의 추상적인 패턴을 만들어내는 밀랍 염색이 인도네시아 전통 옷감에서 왔다는 사실을 안 순간,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잉카 쇼니바레는 배신감과 허탈함에 몸부림쳤다. 생애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는 쇼니바레의 대구미술관 전시는 아프리카의 역사적 상흔에 대한 분노와 서구 열강 제국주의에 대한 냉소의 기록이다.

세계적인 작가 잉카 쇼니바레의 전시가 대구미술관에서 지난달 30일 개막했다.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 (2013), 중국의 장 샤오강(2014)을 잇는 대구미술관 ‘해외특별전’의 또 하나의 야심 기획이다.

이번 전시에는 조각, 평면, 설치, 영상작업 등 작가의 작업세계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9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서구 제국주의에 의해 자행된 아프리카 식민주의 역사를 풍자적으로 풀어냈다.

지난 1일 만난 쇼니바레는 두 가지 면에서 의외였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라는 작품 속 무거운 주제와 달리 작품의 외향은 화려하고 다채로웠다. 이 첫 번째 의외성에 대해 그는 예술의 본성을 언급했다.

“예술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합니다. 마찬가지로 저 역시 제국주의, 식민주의라는 진지한 주제를 풀어놓지만 제 작품은 여전히 예술입니다. 아름답고 흥미로울 수밖에 없지요. 아름다움 이면에 심어놓은 심오한 주제를 더 깊이 알고 싶으면 좀 더 관심을 가지면 되겠지요.”

두 번째 의외성은 쇼니바레의 신체와 관계된다. 그는 반신불수의 신체장애로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한다. 그런 그가 어떻게 그처럼 다양한 작품 세계를 구현할 수 있었을까. 쇼니바레는 현대미술의 폭넓은 작업 방식을 소개했다.

“현대미술은 흔히 어시스턴트를 두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신체장애를 가진 저는 좀 더 많은 어시스턴트를 두게 되겠지요.”

쇼니바레는 흑인 디아스포라다. 영국 런던에서 나이지리아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세 살 되던 해 아버지의 고향인 나이지리아 라고스로 돌아갔다, 이후 영국 유학길에 올랐지만 유학도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돼 횡단척수염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반신 불구가 된다.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미술에 대한 갈망을 추스르지 못한 그는 런던 바이암셔미술학교, 골드 스미스 미술대에서 공부했다.

나이지리아계이면서 영국에서 교육을 받고 아프리카와 영국의 문화가 혼재된 삶을 살아온 그의 개인사에 정체성의 혼돈은 필연이다. 영국에서 미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우연히 발견한 ‘더치 왁스’라는 아프리카 천의 서구 열강에 의한 아프리카 유입사를 접하면서 제국주의 코드를 읽는다. 그는 이를 자신의 정체성의 모티브로 삼고 작품의 중심 주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후 ‘더치 왁스’ 천은 그의 작품의 전반에 개입한다.

하지만 그는 내면의 지평을 아프리카로 제한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프리카적인 소재를 주로 사용하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사유는 보편적이기를 바랐다. 그의 위대성이 만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인간은 원하든 원치않든 정치적 맥락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모든 것은 정치적 승자의 기록이지요. 여기서 ‘역사의 이중성’은 비켜 갈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은 아프리카에 국한되지 않아요. 이 이중성에 덮여진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 ‘지금 우리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우리가 어떻게 역사를 인식하는가. 왜 흑과 백으로 나뉘어 흑인을 차별하는가’라는 현재를 둘러보아야 합니다. 현재를 보아야 미래를 볼 수 있으니까요.”

쇼니바레는 2004년 터너상(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상) 최종후보로 선정될 정도로 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5년에는 영국왕실로부터 MBE 훈장과 왕립미술학교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회원으로 추대됐다. 2001, 2007년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 대표작가로도 선정됐다.

승자에 의한 왜곡된 가치관이 지배하는 세상, 그럼에도 세상이 ‘찬란한 정원’이기를 바라는 쇼니바레의 ‘찬란한 정원’전은 10월 18일까지. 053)790-30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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