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 속의 새는 어디로 가나 - 우리는 남의 생명을 너무 가벼이 보고 있다
새장 속의 새는 어디로 가나 - 우리는 남의 생명을 너무 가벼이 보고 있다
  • 승인 2015.06.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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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새를 새장에 가두는 일은 분명히 자연성(自然性)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하늘 높이 훨훨 나르건, 산속 자기들만이 아는 길을 폴폴 거리던 간에 새들은 원래 있었던 곳에서 자기들의 의지대로 살아가야 정상인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새들의 아름다운 깃털과 소리를 새장에 가두어 놓고 독점하려 합니다.

필자는 오래 전에 교실에 새장을 걸어두었다가 낭패를 당한 적 있습니다. 한 아이가 집에 있는 새장을 학교로 가져왔습니다. 새로 이사를 하게 된 집에서는 새장을 둘 곳이 마땅찮다며 학교로 들고 왔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신기해하였습니다. 삐쫑삐쫑 소리도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교재용으로 당분간 교실에 두기로 하고, 교실 뒤편 사물함 위에 얹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닷새를 채 넘기지 못하고 끔찍한 일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사실은 첫날부터 낌새가 이상하였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니 새장 둘레에 모래가 떨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새장 안에는 새들이 모래목욕을 할 수 있도록 한쪽에 바닥 한쪽에 제법 많은 양의 모래를 담은 통을 놓아두었는데, 그 모래의 대부분이 교실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것이었습니다. 물론 물도 밖으로 다 쏟아져 나왔는데 다 말라버려서 그 흔적만 남아있었습니다.

‘거참, 새들이 밤새 몸부림을 많이 친 모양이군. 아마도 낯선 환경에서 어두운 첫 밤을 보내려니 좀 겁이 났던 모양이지.’

모래를 쓸어 모아 통 안에 다시 넣어 주고 물도 새로 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은 더 심한 흔적이 나타나 있었습니다. 새장 안이 완전 수라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모이통과 물통은 엎어져 있었고 모래는 훨씬 더 많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으음, 쥐들이 새를 노리고 있구나.’

새장 둘레에 물에 젖은 쥐들의 발자국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순간 필자는 언젠가 교실 어항 속에서 금붕어를 잡아먹은 쥐들이 떠올라 몸을 부르르 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에는 방학 중이었는데 방학이 시작되자 바로 1주일간 교육을 받고나서 어항에 물도 보충해줄 겸 교실에 들렀더니 금붕어가 감쪽같이 없어졌던 것입니다. 제 홀로 튀어나왔는가 하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간수해주지 못한데 대해 미안해하며 대청소를 하다 보니 교사용 책상 맨 아래 칸 넓은 서랍에서 쥐에게 뜯어 먹힌 금붕어의 끔직한 흔적이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아! 이럴 수가!’

그 교실은 지은 지 오래 되어 충분히 쥐가 드나들 수 있었습니다.

쥐는 밤새도록 새장 둘레를 휘젓고 달리며 가끔씩 앞발을 새장 안에 넣어 새들을 잡으려 하였을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안 돼. 이렇게 바닥에 놓아두었다가는 언젠가는 모두 쥐에게 당하고야 말 거야.’

그리하여 창가에 긴 막대를 박고 새장을 매달았습니다. 그랬더니 이튿날은 별일이 없었습니다.

‘진작 이렇게 하는 건대!’

그러나 그것은 곧 방심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틀인가 더 지났을 때였습니다.

아침에 교실에 들어가니 교실 바닥에 새들의 털이 마구 흩어져 있고 새들은 죽어있었습니다. 그것도 거의 대부분 파 먹힌 채였습니다.

“이 놈의 쥐들이!”

쥐들이 줄을 타고 새장 위에 올라가 기어이 새들을 붙잡아 모두 파먹었던 것이었습니다. 쥐는 적어도 두 마리는 넘었을 것 같았습니다. 쥐들은 새장에 매달려 이리저리 훌쳐대다가 잔뜩 겁을 집어먹고 구석으로 몰린 새들을 낚아채었을 것입니다. 잘 익은 산초나무 열매처럼 까만 눈동자에 손안에 꼭 들어오는 매끄러운 예쁜 문조(文鳥) 한 쌍은 그리하여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그 아름다운 새가 새장에 갇히지만 않았더라면 그리하여 우리 교실에 오지 않았더라면 밤새도록 그 끔찍한 공포에 시달리지 않았을 것이고 또 귀한 생명도 잃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새들은 계속해서 새장에 갇힐 것입니다. 아, 어찌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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