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산·불산 등 혼합물
탱크서 4t 가량 새나와
소방당국 3.5t 회수
일부 주민들 두통 호소
경북도와 영천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에스알엔티 공장 내 10t 규모의 탱크 유량계 연결부가 파손되면서 가스가 누출됐다.
탱크 안에는 불산 5%와 질산 60%, 물 35%가 섞인 화학물질 약 5t이 들어있었으며 이 중 4t가량이 새면서 공장 밖으로 노란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소방당국은 3.5t을 회수했고 나머지 0.5t은 땅으로 스며들거나 하수구로 들어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사고가 나자 영천시와 소방당국은 공장 근로자와 사고현장 인근 300m 내 원기리 및 삼호1리 주민 200여명을 사고 현장에서 2㎞ 밖에 떨어져 있는 금호체육관에 대피시켰다.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대피한 주민 중 10여명이 두통을 호소,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은 응급조치 차원에서 모래로 유출부를 덮고 소석회로 중화작업을 벌이는 한편 250명의 인력과 펌프차 등 25대의 장비를 동원해 사고 수습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자세한 화학물질 유출 원인과 성분, 유출량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한편, 환경당국은 이번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인한 피해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당국 관계자는 “3년 전 구미에서 유출된 불산은 농도가 100%였던 반면 이번엔 5~10% 농도에 그쳐 공기 중 기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 소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불산이 포함된 화학물질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탄의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사고가 발생한 에스알엔티는 사고 발생 후 2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12시 32분이 돼서야 소방당국에 신고를 해 인근 주민들이 3시간 가까이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 사고가 난 공장은 불산 취급량이 적다는 이유로 유독물질 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진·김정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