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부채 누가 책임지나
지자체의 부채 누가 책임지나
  • 승인 2015.09.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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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
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개인이 빚을 지면 빚쟁이 등살에 못산다. 떼인 돈을 전문적으로 받아주는 직업도 있다. 덩치 큰 몇 사람이 검정 옷을 입고 어슬렁거리면 안 갚고는 못 배긴다. 보통사람은 빚에 쪼들리면 잠을 못 잔다. 살다 보면 빚도 질 수 있지만 빚 없이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

나라가 빚이 많다면 어떨까. 국가와 국민들이 큰 수모를 당한 그리스가 그 답이다. 지방 자치제가 부활된 지 20년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의 빚이 10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방부채 47조에 숨은 빚 60조를 합한 것이다. 부채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고 덤으로 이자까지 추가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빚은 누가 갚아야 하나. 단체장이 갚는 것도 아니고 주민들은 그 실상조차 모른다.

지자체가 왜 이렇게 많은 빚을 졌을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주민들은 단체장의 얼굴 내기 행사에 소요된 비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선거직 단체장은 행정인이라기 보다는 정치인의 성격이 강하다. 직업 정치인은 늘 실적주의에 매달린다. 주민들을 위한 지역 축제라면서 연예인을 불러들이고 대대적 치적홍보를 하면서 돈을 펑펑 쓴다. 가랑비에 옷 젖는 것도 모르고 빚 덩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지방행정도 때로는 경영적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방 공기업은 대부분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경영은 투자와 효과가 대비되어야 하나 정치적 단체장은 그런 것에 머리를 쓰지 않는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오로지 4년간의 치적 쌓기에 골몰한다.

행자부가 올해 전국 지자체의 행사·축제 예산이 1조7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자기네가 살고 있는 자치단체의 빚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고 자치단체도 부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임기가 끝나면 그만이고 또 재선을 위해서는 빚 진 것을 감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후 정부재정과 지방재정은 엄격히 구별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자치단체가 진 빚은 자치단체가 갚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자치권의 확대를 주장하면서 중앙정부에서 지방에 재정을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국가의 빚이든 지방자치단체가 진 빚이든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이 담당할 몫이다.

지방의 살림살이를 뜯어보면 법정경비가 대부분이고 단체장이 공약한 사업들을 추진할 재원이 별로 없다. 그런데도 단체장은 지방채 등을 발행해서라도 사업을 추진하려고 애쓴다. 선거직이기 때문이다. 빚도 나올 구석을 보고 얻어 쓰는 것이 정상이지만 의욕에 찬 단체장은 일을 벌여놓고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들이 100조원이 넘는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는 말을 했다. 이런 것이 바로 지방자치제도의 큰 허점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보면 지방이 사업을 벌인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2015년 1월 기준,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5.1%다. 재정자립도가 10%도 안 되는 지자체도 59개나 된다. 그런가 하면 자체 수입으로 직원 인건비를 해결 못하는 자치단체도 74곳이나 된다. 정부는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탈루 세원을 발굴하고 기업 유치 등을 통해 세원 확보를 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실질적 대책은 별로 없는 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스스로 빚을 줄여나가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자치단체장은 수지를 고려함이 없이 밖으로 들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지방공기업을 등에 업고 사업을 벌여서는 안 된다. 중앙은 엄포행정에서 벗어나 법 규정을 어기면서 사업을 벌이는 지자체에 대해 교부세를 깍는 등 강력한 재정 통제를 해야 한다. 단체장이 부득이하게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해야 할 경우는 지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를 도입·시행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지방자치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이 제도를 채택하여 빚이 많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경종을 주고 있다.

자치단체장이 무모하게 많은 부채를 발생케 했을 경우, 단체장 개인이 부채에 대해 책임지는 범위를 설정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자치단체 부채를 걱정하는 단체장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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