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사기극, 세상에 이럴 수가
폭스바겐의 사기극, 세상에 이럴 수가
  • 승인 2015.09.2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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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정 소설가
친환경과 고연비를 앞세워 금년상반기에 일본의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제1의 자동차회사로 부상한 독일의 폭스바겐이 미국의 환경기준에 맞추기 위해 배기가스배출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실이 발각되어 미국의 환경보호청(EPA)이 48만2천여 대의 디젤 차량에 대해 리콜명령을 내리고 향후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2400억 원)의 사상유래 없는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근래 글로벌 자동차산업에서 일어난 최대의 사기극으로 일컬어지는 이번사건의 실상은 ‘차량테스트 중에는 배기가스배출 억제시스템을 가동하다가 일반 주행시에는 억제시스템이 꺼지도록 소프트웨어가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이 환경단체의 2년여 추적 끝에 적발되었고 도로 주행시 기준치의 40배나 되는 오염물질이 배출되었으며 해당차량은 1100만대에 이른다고 했다.

이로 인해 폭스바겐의 주가는 3월에 비해 50%이상 추락하여 시가총액 80조원이 사라졌고 마틴 빈터콘 회장이 공개사과와 함께 미국판매중단을 선언하고 사임을 했음에도 미국법무부가 형사소추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독일정부도 조사에 나서는 등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폭스바겐그룹은 77년 전인 히틀러시절에 ‘국민차’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독일자동차의 대명사로 전 세계인에게 기억되고 있는 폭스바겐의 ‘딱정벌레자동차’를 위시하여 아우디, 벤틀리, 부가티, 람보르기니, 포르셰 등 12개의 최고급브랜드를 보유한 자동차왕국을 건설했다.

이번사태는 폭스바겐에 투자한 이탈리아 마피아의 개입설까지 나돌고 있어 독일의 동종업계인 메르데스 벤츠와 BMW는 물론 유럽자동차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안기고 독일경제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메이드 인 저머니’의 수출전선에도 적지 않은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사건의 여파는 독일자동차를 선호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입차시장에서도 파장을 불러 일으켜 이를 구입한 소비자들의 확인과 항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지난해 우리나라에 5만9천여 대를 팔아 벤츠와 BMW를 능가하여 수입차시장을 주도해왔으나 우리 환경부도 ‘기본적으로 엔진이 동일하므로 국내에서도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검증키로 했다.

이와 함께 부품의 결함이 밝혀진 BMW의 10개 차종 5천여 대에 리콜명령을 발하여 바야흐로 우리나라에서도 독일자동차의 수난시대가 열리면서 지금까지 한국시장에서 쌓아올린 독일과 유럽 차의 신뢰도가 무너지면서 수입차시장에서도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폭스바겐과 경쟁관계에 있는 현대, 기아차는 이번사건의 반사이익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그간 부진했던 중국과 유럽에서도 만회의 기회를 맞게 될 것이며 미국에는 전량 가솔린엔진 차만 수출하고 있어 최근의 환율상승으로 수출 또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동차성능인증제도가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측정한 수치를 바탕으로 서류심사만 하고 있어 이에 익숙한 우리업체들이 까다로운 선진국시장에서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비록 고의가 아니더라도 사태발생 후의 대응방법에도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0년 미국에서 도요타가 겪은 1000만대의 대규모리콜사태는 이번 폭스바겐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나 교통사고의 책임을 자사차량의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책임으로 전가시키려한 부도덕성으로 존망의 위기를 맞이했던 사실을 우리기업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70년 전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독일은 근검절약과 국민단합으로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어 세계최고의 선진경제대국을 이루었고 우리들에게도 낯익은 딱정벌레자동차를 비롯하여 라이카 카메라, 마비쓰 안경, 몽블랑 만년필 등의 수도 없는 명품을 만들어 냈지만 단 한 번의 도덕적인 과오로 자사의 존립은 물론 독일경제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는 결코 남의 일만이 아니며 우리기업들도 항상 이와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관계당국은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하고 기업스스로도 이번의 폭스바겐사건과 5년 전의 도요타사건을 거울삼아 글로벌기업으로서의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할 것이며 예기치 못한 실수가 발생될 경우에 대비한 충분하고도 철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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