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이반처럼
바보 이반처럼
  • 승인 2015.09.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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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열심히 일한 사람이 잘 사는 나라”를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까지도 러시아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 이야기이다.

옛날 러시아 어느 곳에 세 아들과 딸 하나를 가진 부자 농사꾼이 살았다. 큰 아들 세묜은 군인, 둘째는 욕심장이 상인 탈라스, 셋째는 바보 이반 그리고 딸은 벙어리여서 시집도 못간 마리야나였다. 세묜은 왕을 따라 전쟁터로, 배불뚝이 탈라스는 장사를 배우러 도시로, 바보 이반은 벙어리 누이와 함께 집에 남아 열심히 일했다.

군인 세묜은 높은 벼슬을 받아 귀족 아가씨와 결혼하여 한 지방을 다스리게 되었다. 넓은 땅과 많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세묜은 사치스러운 아내 때문에 살림은 날로 쪼들리게 되었다. 상인 탈라스도 돈을 벌어 상인의 딸과 결혼했으나 역시 살아가기에 돈이 모자라게 되었다. 바보 동생과 벙어리 누이에게 돈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며 세묜과 탈라스가 아버지의 유산 1/3씩을 요구하자 바보 이반은 기꺼이 승낙한다.

한편 바보 이반이 재산을 놓고 형제들과 당연히 싸울 것이라 예상했던 악마는 예상이 빗나가자 화가 잔뜩 나서, 부하 악마 셋을 불러 음모를 꾸민다.

세묜을 맡은 악마는 세묜의 간을 잔뜩 부풀게 만들어 이웃나라를 공격하게 만든다. 그러나 세묜 군대의 화약을 모두 젖게 만들고, 지푸라기로 이웃나라 군인들을 만들어 준다. 전쟁에서 패한 세묜은 관직을 잃고 전 재산을 몰수당한다. 탈라스를 맡은 악마는 그의 욕심을 부채질하여 남의 돈까지 빌어 탐욕스럽게 많은 물건을 사게 만든 다음 말똥으로 만들어 버린다.

바보 이반을 맡은 악마는 이반의 물병에 침을 뱉어 배탈이 나도록 하고 밭을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만든다. 그러나 우직하게 일만하는 바보 이반에게 잡히자 무슨 병이든 낫게 해주는 나무뿌리 세 개를 주고 풀려난다. 세묜을 맡은 악마도 바보 이반에게 잡혀 지푸라기로 병정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사라진다. 탈라스를 맡은 악마도 결국 우직한 바보 이반에게 나뭇잎으로 돈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사라진다.

세묜과 탈라스에게 나뭇잎과 지푸라기로 돈과 병정을 만들어 주어 재기하게 한 바보 이반은 무슨 병이든 낫게 해주는 나무뿌리 세 개중 하나는 자신의 배탈을 낫게 하는 데 쓰고, 또 하나는 종기가 나서 죽게 된 개에게 주고, 마지막 하나는 불치의 병에 걸린 공주의 병을 고치기 위해 쓰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손을 쓰지 못하는 여자 거지에게 주어 손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보 이반은 공주의 병을 낫게 하고, 공주와 결혼하여 왕이 된다.

그러나 왕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바보 이반은 부모님과 누이동생을 이끌고 다시 밭에 나가 우직하게 일만한다. 그러자 바보 이반의 나라에는 똑똑한 사람들은 모두 나가버리고 바보들만 남게 되었다. 돈을 가진 사람도 없었다. 모두 튼튼한 몸으로 일을 하며 이웃과 사이좋게 배불리 먹으며 행복하게 지낸다.

이 모습을 몰래 지켜본 악마 두목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또 다시 세묜과 탈라스를 파멸시키고 마지막으로 바보 이반을 찾는다. 바보 이반의 나라에서 백성들은 모두 바보이기 때문에 악마 두목은 실패하고 이웃나라 타라칸 국왕을 찾아가 바보 이반의 나라를 공격하게 만든다. 타라칸 병사들이 국경을 침범하여 온 나라를 돌아다녔지만 어디를 가나 바보 백성들은 달라면 무엇이든 다 내어주고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흥미를 잃은 타라칸 병사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병정으로 바보 이반의 나라를 파멸시키려 했던 악마는 실패하고 돈으로 파멸시키려 했다. 그러나 돈이 필요 없었던 바보 이반의 백성들은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 손으로만 일하는 이반의 백성들에게 머리를 써서 일하는 방법을 알려주려는 악마의마지막 몸부림은 바보 백성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결국 악마는 손을 들고 만다. 그 후 바보 이반의 나라에는 손에 굳은살이 있는 사람에게는 언제든 음식을 대접하지만 굳은살이 없는 사람은 남이 먹다 남은 찌꺼지만 먹어야 된다는 규칙이 지켜졌다고 한다.

정치는 혼돈에 빠지고, 경제는 암울하며, 사회는 분열되고, 국민들은 우울하다. 우직하면서도 현명했던 바보 이반의 나라에는 그 백성들도 우직하며 현명했다. 다시 대통령도 정치인도 ‘일하고’, 국민들도 ‘일하자’. 우직하면서도 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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