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첩첩 물 첩첩의 한·일 관계
산 첩첩 물 첩첩의 한·일 관계
  • 승인 2015.11.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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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정 소설가
지난2일 한·중·일 3국 정상회담에 이어 청와대에서 개최된 박근혜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정상회담은 예정된 30분을 넘어 98분간이나 진행되었으며 박대통령은 ‘위안부문제가 양국의 관계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으므로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우리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했고 아베총리는 ‘역대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하고 있으며 위안부문제의 타결시한을 못 박을 수는 없다’고 했으며 회담분위기가 냉랭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회담결과의 발표문에 ‘두 정상이 가능한 한 조기에 위안부피해자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고 나온 것은 양국관계의 파국을 막으면서 국내정치와 여론 등을 감안한 최소한의 절충점이며 시한을 정하지 않은 것은 후속정상회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박대통령은 확대정상회담에서 ‘오늘회담이 아픈 역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승적이고 진심어린 회담이 돼야한다’며 에도시대의 친한 외교관이자 유학자인 아메노모리 호우슈우(雨森芳洲)의 성신지교(誠信之交)까지 인용하며 아베를 압박했으나 역사인식의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아베총리는 ‘미래지향적 일·한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구축하기 위해 박대통령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며 과거사문제를 비껴나갔고 정상회담이후 일본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도 ‘미래지향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가는데 미래세대에 장애를 남기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우리가 일본에 요구하고 있는 위안부문제의 해결점은 ‘일본총리의 직접사과’와 ‘주한일본대사관의 피해자면담과 사과 및 일본정부의 예산을 통한 피해자 보상’이며 ‘반인도적 행위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관계없는 예외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본정부는 ‘청구권협정에 의해 이미 법적으로 완결됐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베가 누구인가, 그는 증거가 명백함에도 위안부의 강제동원과 난징대학살, 731부대의 생체실험들을 부인하며 정치적기반인 극우보수층을 등에 업고 평화헌법까지 고쳐가며 전쟁가능국가를 지향하고 미국과의 밀착외교로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며 장기집권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아베를 상대로 위안부문제를 도마 위에 올려 일본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한 것은 지난 한세대동안 굳어진 ‘일본몰락, 중국부상’의 통념이 ‘저팬서프라이즈, 차이나쇼크’로 바뀐 줄도 모르고 일본을 얕잡아본 참모진들의 무지가 빚어낸 악수(惡手)이자 박대통령의 실수이다.

아베의 가계와 출신배경을 보면 명치유신을 성공시켜 총리를 8명이나 배출한 보수우익의 본거지인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아버지는 총리가 되기 직전에 병사한 아베 신타로 외상이고 조부는 중의원을 지낸 아베 간이며 고조부는 1894년 7월 8천명의 군사로 경복궁을 점령하고 고종을 협박하여 친일내각을 구성하고 청일,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오시마 육군대장이다.

또 그의 외조부도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56, 57대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이고 외종조부는 61, 62, 63대 총리를 지낸 사토 에이사쿠이며 아베의 처가는 일본의 유명과자재벌인 모리나가제과의 사주로 뼛속까지 국수우익(國粹右翼)으로 물든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 야마구치현은 정한론(征韓論)과 대동아공영론의 본거지며 창시자인 요시다 쇼인을 정점으로 초대총리와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정한론자인 3대 총리 야마가타, 미국의 필리핀 지배와 일본의 조선 지배를 밀약한 6대 가쓰라 총리, 명성황후시해사건의 배후인 이노우에 외상, 데라우치 초대 조선총독, 하세가와 2대 조선총독 등 우리와는 하늘을 같이 일 수 없다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들이 모두 이곳출신이고 백제유민의 후예들로 아베역시 그 범주에 속한다.

이와 같은 아베에게 백기투항을 요구한 것은 애초에 무리였고 국토가 우리의 4배, 인구는 2.5배, GDP는 3.3배이고 노벨상수상자가 28명이며 세계3위의 경제대국임을 간과한 것이다.

과거사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지난 3년간 반 토막 난 수출입, 관광, 한류를 복원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일이며 미국이 죽마고우일 수 없고 중국도 믿을만한 새 친구가 아니며 일본 또한 미우나 고우나 동행할 수밖에 없는 적이라면 우리에겐 국력의 신장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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