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청년수당
저소득층 청년수당
  • 승인 2015.11.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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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
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정책갈등을 빚는 일이 가끔 있다. 야당 단체장인 경우가 더 심하다.

서울시가 만19세∼29세 저소득청년 3000명에게 1년간 매달 50만원씩 수당을 주겠다고 한다.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영유아 보육수당을 주고 있어 말썽이 많은데 이제는 팔팔한 청년들에게 수당을 준다고 하니 한국은 가히 복지천국이다.

사회보장정책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의 핵심은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복지서비스다. 사회보험은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연금보험, 건강보험 등이고 공공부조는 국민의 최저생활을 지원하는 제도이며 사회복지서비스는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를 제외한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으로서 영유아보육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등 25개의 개별 법률에 의해 실시되고 있다.

한 때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두고 시끄러울 때가 있었다. 그 불씨가 아직도 남아 있는 상태에서 서울시장이 사회복지사업의 개별적 법률에도 없는 청년수당 지급 계획을 내 놓았다. 아마 그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하에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생활이 어려운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공공부조를 함축적으로 청년수당제도에 적용한 것 같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복지부장관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하고 서울시는 협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자의 시각은 아주 다르다. 복지부는 저소득층 청년수당을 사회보장제도의 한 부분으로 보고 서울시는 청년의 사회참여활동비로 해석, 조례에 근거를 둔 자체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예산으로 벌이는 사업에 대해 정부의 간섭은 없어야겠지만 사회복지란 큰 틀에서 보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의 기본가치는 가족이나 시장기구로부터 탈락된 자들에게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원조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복지라고 하면 노인, 아동, 장애인 등 불우계층을 연상한다. 19세∼29세는 건장한 청년들이다. 단지 취업을 못하고 있다고 해서 매월 50만원을 주겠다는 것은 국민정서와도 맞지 않는다. 서울시가 다른 자치단체들보다 곳간이 넉넉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다수의 청년들에게 심리적 갈등과 상처를 안겨주는 일을 구태여 만들 필요가 있을까. 민선 단체장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자기 브랜드 사업을 계획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할까.

갑론을박이 있자 서울시 관계자는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민간단체보조금 지원처럼 공모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로 볼 수 없고 복지부와 협의도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성남시장이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24세 이하 청년들에게 매년 10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청년배당’정책을 내 놓았다가 복지부의 반대로 무산된 일이 있다.

서울시는 근시안적 시야에서 벗어나 국가 전체의 안목으로 ‘청년수당’ 정책을 조망해 봐야 한다. 영유아 보육예산이 없다며 정부와 각을 세우던 서울시가 6조5천809억원(2014년 기준)이나 되는 막대한 부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이유가 뭘까. 과연 청년실업자를 도우기 위해서 일까.

우리는 기초자치단체가 인구 정책의 방편으로 출산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사례를 봐 왔다. 그러나 서울시가 정부 지원 없이 자체예산으로 청년수당을 지급한다고 하지만 이는 많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 할 수 있다. 청년들에게 사회체제에 대한 불신 내지 국가 정책에 반감을 줄 수 있다. 또 다수의 청년들에게 ‘정부의 돈은 거저 막 써도 되는 것’ 같은 의식과 의존심을 높여 준다. 여러 악 조건 속에서도 인내하면서 지방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서울 지향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리고 정치와 행정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서울시는 대한민국 안에 있는 자치단체의 하나일 뿐이다. 사회· 경제적 여건이 좋다고 해서 타 자치단체에 영향을 주는 정치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우리 사회가 ‘청년수당’ 정책을 무상복지와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게 된다면 한국의 사회보장정책은 혼선을 피할 수 없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정책이 포퓰리즘 복지의 새 브랜드(I.WELFARE.U)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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