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이여 ‘이성과 감성’ 알면 앞날이 탄탄
수험생들이여 ‘이성과 감성’ 알면 앞날이 탄탄
  • 승인 2015.11.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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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학교장
도시에서 조금만 떨어진 시골만 가도 전형적인 한국의 집들이 보인다. 기와집이 그렇고 슬레이트 지붕이 있는 집이 그렇다. 반면에 초가지붕이 있는 집들은 민속촌이나 민속마을이 아니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도 많아서 마당에 망초가 우거진 집들도 보이고, 반은 쓰러지거나 엎어진 집들도 많다. 저녁연기 모락모락 피어난다는 굴뚝 이야기는 전설의 한 토막이 되었다. 그런 집들을 보고 있노라면 찬바람이 부는 가을엔 왠지 더욱 을씨년스럽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가끔 배앓이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 손은 약손이다.’하며 배를 쓰다듬어 주는 할머니의 손이 그립고, 군불 때어 따끈따끈한 아랫목이 정말 그립다. 그 따끈따끈한 아랫목에 할머니가 쓰다듬고 만져주던 배를 깔고 누워있으면 스르르 잠이 오고 코끝에선 땀이 송글송글 맺혀 어느덧 아픔은 고스란히 사라지고 만다. 고통스럽던 배앓이 아픔이 사라지고 고요함과 평온함이 찾아와 눈이 저절로 떠진다. 순간 행복함이 스몰스몰 온 몸에 배어 세상이 모두 내 것인 양 다정다감으로 다가온다. 할머니의 약손과 따끈한 아랫목이 너무나 좋다. 몸을 뒤척여 드러누워 천장을 쳐다보면 그대로가 순수이다.

전자처럼 냉철한 판단력을 가지고 상황을 논리적으로 펼치면서 ‘을씨년스럽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이성적이고, 후자처럼 감정적으로 요리조리 변덕스러울 정도로 ‘다정다감’의 마음씨를 가지는 것은 너무 감성적일까?

제인 오스틴이 쓴 ‘이성과 감성’에는 엘리너와 메리엔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엘리너는 19세 소녀로 깊은 이해력과 냉철한 판단력을 겸비하였으며 마음씨가 착하여 다감다정했지만 감정은 강렬하다. 그녀는 감정을 억제하고 바르게 다스리는 방법도 알고 있다. 메리엔의 언니로 냉정하고 논리적인 이성의 소유자다. 사랑과 애정에도 냉정하게 계산하고 망설이면서 쉽게 빠져들지 않는다.

메리엔은 키가 언니보다 크고 얼굴은 사랑스럽고 미인이다. 모든 일에 너무 열심이고 마음이 넓고 푸근하다. 하여튼 흥미로운 여성이다. 슬픔과 기쁨에 대한 억제력도 없고 절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감정적이고 변덕스러운 감성의 소유자다. 언니를 좋아하고 언니의 조언을 들으며 언니를 잘 따른다. 신중하지 않은 것 빼고는 나무랄 데가 없다. 다만 걱정인 것은 과도한 감성이다.

이성적인 엘리너와 감성적인 메리엔은 서로 외면하지 않고 서로 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두 자매의 ‘이성과 감성’은 분별력과 감수성이 상호 협조적이고 보완적일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비오는 어느 날 메리엔은 잘 생기고 힘이 센 사냥꾼 윌러비가 자기를 도와주는 것이 계기가 되어 서로 사귀게 된다. 메리엔은 그 사냥꾼을 이야기 속에 나오는 왕자로 생각하며 물불 가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사랑하게 된다.

이 때 엘리너는 메리엔에게 사랑하는 남자를 놓으라며 밀어 붙이지 않고, 그 대신 동생에게 진심으로 신중한 결정을 하도록 조언하고 믿어준다. 이성의 엘리너와 감성의 메리엔은 진정한 자매애(sisterhood)를 발휘한다.

‘이성과 감성’은 어느 쪽에 결합시키거나 분리시켜야 할 인식 문제가 아니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인식은 모든 경험과 더불어 비롯된다고 했다.

또 우리의 인식이 모두 반드시 경험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인식엔 감성과 오성이 있다고 보면서 ‘감성이 없으면 어떠한 대상도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대학수학능력고사가 끝나고 많은 수험생들이 자신을 규제하는 공통적 가치나 도덕 기준이 없는 아노미현상에 빠져 있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선택의 순간은 정말 중요하다.

먼저 이성과 감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지는 방법도 있다. 나는 과연 이성적일까 감성적일까를 생각해 보자. 그런 후 가정에서는 식구들의 성향과 태도가 어떤 유형일지 생각해 보고 조언을 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가장 가까운 친구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돕고 보완적인 방법으로 학업이나 생활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인식은 모든 경험과 더불어(with experience)비롯된다 하였다. 경험이 많은 교사와의 상담은 필수적이다.

‘이성이냐 감성이냐’를 바르게 아는 것은 나의 앞날을 탄탄하게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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