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물고 날아가다니 -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
돌을 물고 날아가다니 -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
  • 승인 2015.11.1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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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우리는 언제나 수많은 위험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위험은 외부에서 다가오기도 하지만 내부에서 더 많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잘 지키기 위해서 여러 유혹을 물리쳐야만 합니다.

그러고 보면 세상 만물이 다 위험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나무들은 추위에 대비하여 껍질을 두껍게 하고, 곤충들은 땅속이나 고치 속에 알을 낳아 이듬해를 기다립니다.

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추위를 피해 일제히 남쪽나라로 날아갑니다. 그러나 그곳이 무더워지면 다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합니다.

시베리아의 북쪽에 타우라스라는 높은 산이 있습니다.

두루미들은 1년에 두 차례씩 이곳을 넘어야만 시원한 곳과 따스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이 산에는 두루미를 노리는 독수리들이 깃들었습니다. 산을 넘어가는 두루미 떼를 공격하여 배를 채우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이 산을 넘는 두루미들은 매우 위험합니다. 차가운 바람을 뚫고 있는 힘을 다해 높은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데 난데없이 독수리들이 나타나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을 이기는 데에만 해도 힘이 들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힘을 아끼는 데에 독수리마저 끼어들어 쪼아대니 여간 힘 드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수리들은 양지쪽에 웅크리고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도 두루미 떼가 나타나면 금방 알아챈다고 합니다.

그것은 두루미들이 그냥 날아가지 않고 끊임없이 괘액 괘액 울어대며 날아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 힘이 들더라도 용기를 잃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 괘액 괘액!”

두루미들은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연락하기 위해 울어대는 것입니다.

그런데 독수리들에게는 그 소리가 먹잇감이 있다는 신호로 들리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산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어느 해, 두루미 떼 중에서 가장 나이 많은 두루미가 생각 끝에 명령을 내렸습니다.

“자, 저기 높은 산을 무사히 넘어야 한다. 저 산을 넘기 전에 여기에서 돌멩이를 하나씩 물어라. 산을 넘은 다음 내가 뱉으라고 할 때에 뱉어야 한다.”

“아니, 무거운 돌멩이를 왜 물고 날아요?”

어린 두루미들은 틀림없이 불평을 늘어놓을 것입니다.

“얘들아, 그건 저 산을 넘어보면 안단다. 만약 우리 중에 누구 하나라도 돌멩이를 물지 않으면 우리는 모두 위험해진다. 알겠지?”

“네에.”

이리하여 두루미들은 모두 돌멩이를 하나씩 물고 날아올랐습니다.

두루미들은 도중에 몇 번이나 울고 싶었지만 울 수가 없었습니다.

모두가 입에 작은 돌멩이 하나씩을 물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윽고 산 한가운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찬바람이 마구 불어왔습니다.

두루미들은 돌멩이를 뱉어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마침내 산을 넘고 냇가에 이르렀을 때에 늙은 두루미가 말했습니다.

“자, 이제 모두 돌을 뱉어라.”

“아이고, 살 것 같다.”

“우리가 왜 돌멩이를 물고 날았는지 알겠지? 만약 우리가 전처럼 돌멩이를 물지 않아 소리를 내었다면 분명히 독수리들의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네에. 알겠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 산을 넘을 때에는 돌멩이를 물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 후대에까지 전해져야 한다. 우리가 대를 이어 목숨을 부지하려면 소리 없이 하늘을 날아야 한다.”

그렇습니다. 위험을 이겨내려면 그만큼 고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또 늙은 두루미와 같은 지혜로운 사람의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내부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지혜를 기르는 것입니다.

외부로부터 오는 위험보다도 내부로부터 일어나는 위험이 더 무섭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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