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불편하고 잦은 고장
“병원서 잰 수치와 안맞아”
사용 않고 구석진 곳 방치
1일 서구에 따르면 올해 초 경로당 80곳을 대상으로 남녀 공간이 분리된 곳 포함 총 120대의 혈압측정기를 보급했다.
시비 5천만원을 들인 이번 ‘경로당 혈압측정기 보급사업’은 몸상태에 따라 혈압변화가 심한 노인들이 보다 손쉽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추진됐다.
서구는 당초 조달청을 통해 알아본 결과 200~300만원 상당의 의료용 혈압기 외 보급형이 없어 외부입찰을 의뢰, 한 업체로부터 혈압기와 탁자, 의자를 한 세트로 해 40만원 대에 구매했다.
하지만 일괄 보급에 초점을 맞춰 선정된 저렴한 보급형 혈압기가 경로당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설치해준 대로 사용은 하고 있지만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수치와 차이가 크고 버튼이 한자로 표기돼 있어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잦은 고장 신고로 인해 올해 6월과 7월 일제 점검을 벌여 설치 6개월된 일부 경로당의 혈압측정기를 수리 조치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찾은 한 아파트 경로당의 경우, 탁자에 혈압측정기가 놓여있었지만 사용하는 노인은 거의 없었다.
김보배(80)할머니는 “기계가 짱짱(튼튼)하지가 않다”며 “이미 한번 수리도 받아 조심해서 사용하라고 하는데 불편하다보니 점점 안쓰고 있다”고 말했다.
경로당 이용자들의 욕구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리동 상록경로당에 모인 10여명의 할머니들은 “병원가서 혈압 잰 것과 잘 안맞는다. 도움이 썩 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 경로당에는 예전에 경로당 운동기구로 보급된 벨트 마사지기가 이미 애물단지가 된 채 한 구석에 방치돼 있었다.
이승수(85)할머니는 “전에 운동하라고 사준 ‘털털’하는 기계(벨트 마사지기)도 이거 사용하다 허리다친 사람 나오고는 안 쓰고 있다”며 “고맙기는 하지만 우리 경로당은 혈압기보다 눈비 가림막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구 사회복지과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지회 등에서 회의할 때 의견을 구했으며 사소한 물건들 보다 전체적으로 필요한 물품을 고민한 끝에 혈압측정기가 선정됐다.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지금와서는 일괄 보급보다는 더 좋은 기계를 점차로 지원하는 것이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한다”며 “혈압측정오류가 적도록 주민센터를 통해 설치 및 이용방법 교육을 실시해 이용편의를 돕겠다”고 말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