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중요한 것부터 급하게 힘써야 한다
마땅히 중요한 것부터 급하게 힘써야 한다
  • 승인 2016.02.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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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학교장
광명시에 사는 첫손자가 올해 유치원에 입학한다. 아이가 처음으로 또래와 어울리는지라 며느리도 관심을 갖게 되나보다.

몇 달 전에 누리과정 예산편성 때문에 지역별로 야단법석을 떨었다. 설에 만난 며느리가 ‘누리과정 예산편성이 뭔데요?’하고 물었다.

사실 누리과정은 2012년도에 처음으로 생긴 말이다. 그 전에는 병설유치원에서는 그냥 유치원교육과정이었다. 학교교육기관으로 유치원·초·중·고는 교육부에서 담당하고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복지부에서 담당하는 어린이집은 표준보육교육과정을 가지고 있었다.

유치원교육과정과 표준보육과정을 통합하여 누리교육과정을 만든 것이다. 쉽게 말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합하여 누리과정이라 한 것이다. 그래서 3~5세까지 누리과정이 전면 실시된 것은 2013년도부터이다. 또 누리과정 예산편성 집행은 교육청에서 하였다.

2월 14일 모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이 대구에 내려와서 ‘대구시교육청은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돈이 상당히 있는 모양이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구시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전액 편성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 말의 뉘앙스는 듣는 사람에 따라서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부정적인 생각의 말이라면 이 말에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사실 그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은 대구시교육청 우동기 교육감에게 격려와 칭찬의 말이 나왔어야 했다.

필자가 재직 중 우동기 교육감을 처음 만난 것은 2010년 초임교장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그 때 교육감은 교장들의 건의사항을 조목조목 적었다. 후일 일일이 챙겨주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필자가 재직한 초등학교는 시내지만 통학하는 학생들이 장거리여서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멀었다. 사전조사를 통하여 통학버스는 교육상 꼭 필요하다면서 예산을 우선 편성해주기도 했다.

2012년 대구에 중학생 자살사건이 생기자 초·중·고 교장단을 편성하여 북유럽에 보내어 핀란드의 ‘끼바프로그램(즐거운학교) 교육’을 빨리 배워 실제학교에 접목시켜 폭력과 자살방지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였다. 생명의 소중함과 존엄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신념에서였다. 교육감은 그 당시 학교마다 자살 위험군 학생 숫자까지 알고 있을 만큼 기억력도 대단하였다.

우동기 교육감은 올해 교육부의 보통교부금에, 누리과정 대상 유아 수만큼의 소요액이 편성된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했으리라. 분석력이 뛰어나고 판단이 치밀함을 알 수 있다.

맹자는 ‘지자 무부지(知者 無不知) 당무지위급(當無知爲急)’이라 했다. 지자는 ‘지식이 많고 사물의 이치에 밝은 사람’을 말한다. 지성인을 말한다. 무부지는 ‘알지 못할 것이 없다.’ 즉 다 안다는 뜻이다.

지자 무부지(知者 無不知)는 ‘지성인은 다 안다.’는 의미이다.

당무지위급(當無知爲急)은 ‘먼저 당연히 힘써야 될 일을 급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는 뜻이다. 위급(爲急)은 ‘꼭 필요하고 중요하게 해야 될 일’이다. 당무지위급은 ‘마땅히 중요한 것부터 급하게 힘써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맹자는 다 아는 사람은 지성인이다. 그런 지성인이라면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를 알 것이다. 그것을 알면 당연히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부터 급하게 힘써야 함이 마땅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에는 순서와 완급이 있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큰일일수록 그냥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명석한 분석력과 과감한 판단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맹자는 또 ‘인자한 사람에게는 사랑하지 않을 것이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마음이 어진 사람을 더 친하기를 서두를 것을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어진 사람은 모두를 사랑하고, 모두를 사랑하는 어진 사람은, 마음이 더 어진 사람을 친하도록 서둘러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내용이 누리과정의 사회관계영역에 ‘나와 다른 사람의 감정 알고 조절하기’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생활하기’이다.

이제 누리과정 예산이 원활하게 편성되어, 누리과정 어린이가 이 내용을 힘써 배웠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린이는 자연스레 또래와 더불어 생활하면서 ‘마땅히 중요한 것부터 급하게 힘써야 한다.’는 것도 익히 배우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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