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새는 바람을 맞으며 - 간절한 염원은 아름답다
솟대새는 바람을 맞으며 - 간절한 염원은 아름답다
  • 승인 2016.02.2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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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병신년(丙申年) 원단(元旦)인 설날도 지나고 으뜸원(上元)이라는 정월대보름날도 지났습니다. 봄이 오는 관문이라는 입춘(立春)도 지나고,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는 우수(雨水)도 지났습니다.

계절은 그 순서를 어기지 않아 어김없이 봄이 왔습니다. 이미 들판에는 봄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뜰에는 양지(陽地)가 아니어도 매화가 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어떻게 봄을 맞이해야 할까하는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이맘때 쯤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와 같은 입춘방(立春榜)을 써 붙이며 새해의 각오를 다졌습니다. ‘입춘방’의 ‘방(榜)’에는 ‘회초리’라는 뜻도 깃들어 있습니다. 즉 봄을 맞이하여 스스로 우리 마음에게 회초리를 댄다는 것이니 마음을 다잡아먹는 것을 의미한다 하겠습니다.

또한 이맘때 쯤 마을에서는 솟대를 세우고 풍물놀이를 하며 마을의 안녕과 다복(多福)을 기원하였습니다.

솟대 위에 올리는 새를 솟대새라고 하는데 대개는 오리라고 합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는 까마귀나 기러기 또는 까치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는데 주종은 오리라고 보는 이가 많습니다.

북유럽 스톡홀름 노르디카 박물관에도 솟대가 세워져 있는데 그 위에 앉은 새는 불룩한 모양이 오리 아니면 기러기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기러기는 오리과의 대표적인 새인 만큼 오리나 기러기는 그 모양이 뚜렷이 구분되지 않았으므로, 옛사람들도 그저 하늘을 나는 새로만 생각하고 조각하여 솟대 위에 얹었을 것입니다.

가톨릭 문화권의 유럽은 물론 유고 문화권의 중국, 이슬람 문화권의 터키 등의 박물관에도 오리 모양의 그릇이나 문양(文樣)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왜 동서를 막론하고 오리일까 하는 문제가 떠오릅니다.

그 이유로서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오리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서 먼 곳까지 이동하는 철새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옛사람들은 철새가 하늘의 전령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만큼 여느 새와는 달리 무리를 지어 높이 날아올라 산 너머로 사라지는 오리에게 소망을 담아 하늘에게 전하였을 법 하고, 또 오리가 돌아올 때쯤이면 하늘의 기쁜 보살핌도 전해오기를 기다리는 염원이 배어있을 법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오리가 물새라는 점입니다. 오리는 땅에서는 물론 물과 하늘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합니다. 이 점은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부러운 것이었습니다.

농사를 주산업으로 하는 우리 선조들은 우선 물이 넉넉해야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마을 입구에 오리를 얹은 솟대를 세워 오리가 오기를 기다렸고, 그것은 바로 물을 넉넉하게 베풀어 달라는 기원(祈願)과 닿아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한 농사에는 물과 더불어 하늘의 도움도 절대적이었습니다. 더울 때 덥고 추울 때 추워야 하며 물이 필요할 때에는 비가 내려 주어야만 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을 전령사인 오리가 하늘을 오가며 해결해 줄 것을 기다린 게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오리는 잠수조(潛水鳥)입니다. 홍수가 나도 물에 빠져죽지 않고 살아납니다. 마찬가지로 불이 나도 깃에 묻은 물로 불을 끌 수 있다고 보았을지 모릅니다. 그리하여 화재 예방에도 오리가 절대적이라는 주술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였을 것입니다.

또한 오리는 다산(多産)으로서도 그 상징성이 컸을 것입니다. 오리는 같은 나이의 닭보다 그 무게가 더 나갑니다. 또한 알도 더 굵어서 먹을 것이 많습니다. 그러니 풍요를 기원하는 상징물로서 오리를 대두시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옛사람들이 이처럼 다양한 염원을 담아 솟대 위에 오리를 만들어 올렸듯이 우리도 마음의 솟대 위에 새 한 마리를 올려야 하겠습니다. 새는 먼 곳을 바라보며 우리를 새로운 성취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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