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장군과 조신대사 <調信大師>
온달장군과 조신대사 <調信大師>
  • 승인 2016.02.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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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시인
필자는 성질이 온순하고 매사에 신중한 편이지만, ‘무대뽀’ 정신도 필요할 때는 적절하게 발휘한다. 이 세상엔 살아 있는 나무숫자보다 도서(책)의 수량이 더 많다고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망상은 아닐 터이다. 그 많은 세상의 책을 내용은 한 줄도 안 읽고, 책 표지만 본다고 해도 몇 년은 족히 걸리리라. 세상에 먹을거리 종류도 셀 수도 없이 많지만 생명유지에 꼭 있어야 할 영양소는 다섯 손가락만 꼽아도, 헤는데 모자람이 없으리라.

제자들이나 가까운 지인(知人)들에게 시력(視力)을 헤치지 않도록 요령 있는 독서를 권한다. 필자는 성경전서, 노자도덕경, 불교경전, 삼국사기(김부식), 삼국유사(일연) 등의 다섯 권을 필독서(必讀書)로 간곡히 권장한다.

성경은 기독교의 경전이기에 앞서 인류 필독의 최대 고전(古典)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크게 성공하고 싶은 사람은, 전공서적을 섭렵하기 전에 성경부터 읽어 인생기초와 지식기반을 확고히 닦아 놓고, 그 위에 자기전공을 쌓아야 한다.

성경의 가치를 한마디로 깨우쳐주는 화끈한 말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성경을 안 읽은 사람보다, 대학을 못 나왔어도 성경을 읽은 사람이 낫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이 세상 최고의 격언이다. 실제로 링컨 대통령은 초등학교 4학년 중퇴 학력이지만, 미국의 16대 대통령을 지내고 지금까지도 미국 국민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명망(名望)이 높은 대통령이다. 링컨은 어려서부터 성경과 함께 살고, 자랐던 것이다.

중화민국을 세운 손문은 링컨대통령의 게티스버그의 명연설에서 3민주의(三民主義)를 국시(國是)로 삼았다.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은 참신한 작가나 사상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각별히 챙겨야 할 고전(古典)이다. 분량은 적지만, 보배 아닌 글귀가 없다.

필자에게 가장 갚은 감명을 준 메시지는, ‘낮은 것이 가장 높다’ ‘약한 것이 강하다’ ‘진리는 낮은 곳에 있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등이다.

중국의 그 많은 고전을 총동원해도 노자도덕경 한 권을 당할 수 없다.

불교경전은 단순한 불교 성전이 아니라 심오한 동양철학서이다. 불경에 보면 같은 말을 중언부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도는 열대지방이라 설법 중 조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같은 말을 자꾸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진리는 소중한 것이기에 아무리 강조해도 오히려 모자라는 것이다.

어떤 불경은 전문(全文)이 명시(名詩)로 된 것이 보인다. 시(詩)나 종교나 궁극적인 도달점은 같고, 감동과 법열이 생동해야 하는 것이다.

잘된 시에는 필연적으로 정서(서정)와 사상이 동행, 공존해야 하는 것이다.

삼국사기는 연대상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정사(正史)며, 내용으론 최고(最高)의 수준 높은 사서(史書)다.

삼국사기는 고려 인종 때(1145년) 김부식이 편찬위원장이 되어 엮고 펴냈다. 지난날엔 삼국사기를 사대주의 역사서의 대명사라고 성토 격하했지만, 제대로 정신차려 접근하면 자주적이고 과학적인 걸작 중 걸작이다.

삼국의 건국 연대를 신라-고구려-백제로 한 것을, 김부식의 친 신라적 곡필(曲筆)이라 비하했지만, 근자 경주시 조양동의 야철지(대장간 터)가 발견되어 연대를 측정한 결과 기원전 2세기인 것이라 하니, 신라 건국을 일백년 앞당길 수 있는 유력한 물증이 확보된 것이다.

삼국사기의 체제도, 중국 최대 사서(史書) ‘사기(史記)’에 비겨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체제도 정연하고 사실(史實)도 명확하며 과학적이라 할 수 있다.

‘본기’도 쾌저지만 ‘열전(列傳)’의 위인들은 개성이 뚜렷하고 한가락 한 인물들이 생동감을 더해준다.

특히 열전의 ‘온달전(溫達傳)’은 한 편의 단편소설로 독립시켜도 세계명작단편소설이 될 것이다.

온달의 가문(家門)은 미천한 가문이 아니라, 서역에서 귀화했다가 몰락한 후예라는 설(設)이 마리를 들고 있는데, 필자도 그 주장에 동의한다.

온달전의 온달 모습이 좀 특이하다고 했는데, 서역에서 귀화한 2세이니 이목구비가 토착 고구려인과는 다를 수도 있다고 하겠다. 온달의 배필이 된 평강공주도 못 말릴 규수다. 평강은 어려서 친모(왕비)와 사별(死別)했다. 활쏘기와 말타기, 한문교육까지 통달했으니, 우리나라 최초의 유능한 가정교사요 주관이 뚜렷한 똑똑한 여자라 하겠다.

야사(野史)인 삼국유사는 충열왕 때(1285년) 일연선사가 군위 인각사에서 집필했다. 삼국유사는 정사(正史)인 삼국사기보다 140년 늦게 나왔다. 삼국유사엔 단군신화와 향가 14수가 실려 광채를 더하고 있다. 명주태수(강릉시장) 김흔의 딸을 짝사랑하던 탁발승 조신이 하룻밤 꿈속에서 태수 딸과 40년간 짝이되어 만고풍상을 겪고, 내외와 아들 딸이 구걸하다 딸은 개에게 물리고, 아들은 굶어 죽어서 차라리 갈라서자는데 부부가 합의하고 한 편생 궂은 팔자를 한탄하다 깨어나니 하룻밤 꿈이었다. 꿈속에서 생로병사를 다 체험하여, 고뇌와 고생이 심했던 꿈에서 깨어보니 머리가 백발이 되었다.

조신도 하룻밤의 꿈에서 교훈을 얻어 인생을 깨쳤으니, 필자는 오늘부터 ‘조신대사님’이라고 부르기로 작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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